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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라부아 “10개월 중국 투어에선 딱 한번 무대에 섰다… 하지만 한국은 아주 좋아하고 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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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7 06:44:23 수정 : 2025-09-07 06:44:21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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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조 프롤로신부, 다니엘 라부아 인터뷰
다니엘 라부아 배우. /2025.09.02 이제원 선임기자

다니엘 라부아(Daniel Lavoie·76). 프랑스·캐나다의 국민가수·예술가이면서 프렌치 뮤지컬 명작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롤로 신부로 1000번 넘게 무대에 선 배우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Ils s’aiment·1984)’로 프랑스권 국민가수가 됐고 49세 때 새로운 도전삼아 무대에 오른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초연 이후 다시 가수·방송인의 삶을 살다가 60대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 세계 순회공연에 종종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19 시대였던 2021년에 이어 올해 다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집시 에스메랄다에 영혼을 빼앗겨 고뇌하는 신부로 열연하고 있다. 2일 공연장 인근 호텔에서 만난 노배우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참여하지만, 투어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10개월 투어를 했을 때도 상하이에서 딱 한 번만 무대에 섰다. 하지만 서울에는 왔다”며 “한국 관객은 정말 대단하다.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이곳에 다시 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년여 만에 한국에 다시 온 감회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이뤄졌던 한국 공연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가요.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한국과 대만은 우리가 여전히 노래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자유를 되찾은 것 같았어요. 캐나다와 프랑스에서는 상황이 매우 엄격했고, 그 모든 것을 견뎌내기가 아주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거리를 걷고 가게에 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특히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요.”

 

2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 정원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조 프롤로 신부 다니엘 라부아. 그는 콰지모도가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래하고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죠.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볼 때마다 항상 눈물이 났습니다. 노래 자체도 매우 아름답고, 쇼의 마지막이기도 해서 저를 매우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제원 선임기자 

-1998년 초연 이후 30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프롤로 신부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한 배역을 연기하는 감흥은 어떤가요.

 

“처음 프롤로를 연기했을 때는 제가 그 역할을 발견하고 창조해나가는 과정이었어요. 처음 연기되는 것이었으니까요. 제가 어떤 일에 뛰어들고 있는지, 이게 성공할지, 먼 미래 지금처럼 한국에서 프롤로를 노래하게 될지 전혀 몰랐습니다. 1년, 어쩌면 2년 정도 공연하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2년 반 후 저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떠나 18년 동안 다른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월드 투어 버전을 다시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제 역할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이 작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즐거울 것 같았기 때문이죠. 저는 뤽 플라몽동(작사가)의 가사를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18년 동안 떠나 있었던 프롤로가 내 안에서, 무대 위에서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했어요.”

 

-초연 당시와 지금 프롤로 신부를 해석하는 것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달라졌나요.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프롤로를 더 내면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더 잘 이해하고, 더 현실적으로 살아 숨 쉬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프롤로의 머릿속으로, 그의 영혼으로 정말 들어가서, 이 인물의 실제 모습일 것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바에 부합하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빅토르 위고(뮤지컬 원작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작가)의 인물들이 꽤 전형적이고 일반적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요. 이런 원형에 생명을 불어넣기가 항상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에게 인간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전 공연 영상을 보면 젊은 시절 프롤로에선 ‘거친 욕망’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프롤로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느껴집니다. 연기하실 때 의도적으로 준 변화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예전보다 프롤로의 약점이 더 크게 보입니다. 항상 프롤로를 독신을 선택한 남자, 즉 종교인으로서 여성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여성을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랑, 사랑이 그를 덮친 거죠. 그가 겪는 것은... 한국에서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벼락같은 사랑(un coup de foudr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도 모른 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 말입니다. 저는 프롤로에게 일어난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의 반응 방식이 미숙하고 좀 이상할지라도, 모든 가사가 시종일관 그것을 말해주고 있죠.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에게 자신을 사랑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을 항상 주고 있습니다. 물론 목적을 위해 좀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긴 하지만요. ‘선택권을 주겠다, 나와 죽음 사이에서 선택해라’라고 말하는 식이죠. ‘너를 갖겠다’가 아니라 ‘선택권을 주겠다’는 거죠. 여전히 이성적인 사람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아주 좋아하는 프롤로의 흥미로운 측면입니다.”

 

다니엘 라부아 배우. /2025.09.02 이제원 선임기자

-처음 무대에 오르셨을 때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오래 공연되며 흥행에 대성공하리라 예상했습니까. 언제 성공을 확신했습니까.

 

“(뮤지컬에서 따로 음반 발매된)첫 곡은 성공하지 못했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그래서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벨(Belle)'이 나왔을 때, 반응이 너무나 강력해서 성공할 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집단적인 열광 상태가 되었어요. ‘프랑스의 비틀스’ 같았죠. 광란이었습니다. 그때 프랑스에서는 아주 잘 될 거라는 걸 금방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노트르담'을 공연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건 상상하기 더 어려웠습니다.”

 

-시대를 넘어서며 세계인 사랑을 받게 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 비결과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에는 절대로 답할 수 없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만약 그 비밀을 안다면, 내일 당장 또 다른 '노트르담 드 파리'를 만들겠죠. 여러 요소들이 신비하게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빅토르 위고의 약간은 전형적이고, 매우 단순하며 이해하기 쉬운, 거의 어린아이 같기까지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뤽 플라몽동의 명확하고 깔끔한 각색,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아주 아름다운 노래와 멜로디가 있고요. 질 마외(Gilles Maheu)의 단순하고 미니멀한 연출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통하는 거죠. 텅 빈 듯한 이상한 무대 장치도 완벽하게 작동하고 캐릭터들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악당, 선한 사람, 사랑에 빠진 사람 등, 어린 시절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죠. 파리에서 만원 관중 앞에서 공연하던 초창기가 기억납니다. 공연이 끝나면 모두가 배우들을 더 가까이 보려고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죠. 거기에는 7살짜리 아이도, 십 대 소녀도, 나이 든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모든 연령대의 마음을 움직였죠. 그래서 저는 그 비밀 중 하나가 바로 모든 연령대를 감동시킨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내한공연 당시와 겹치는 출연진이 많습니다. 젊은 동료 배우와 무대 밖에선 어떻게 지내는가요.

 

“잘 지냅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과 꽤 잘 지내는 편입니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그들에게는 제가 항상 가지고 있지는 않은 에너지가 있거든요. 그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그 대가로 저는 아마 약간의 평온함, 약간의 평정심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서로 주고받는 교감이 완벽하게 잘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매우 행복합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열연 중인 다니엘 라부아.  뉴스1

-지난 8월 캐나다 퀘벡에서 가루(Garou),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 등 초연 멤버들과 오랜만에 한 무대에 서는 특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한 소감이 어땠나요.

 

“우리는 만날 때마다 행복합니다. 우리는 함께 매우 강렬하고 강한 무언가를 겪었거든요. '노트르담 드 파리' 초반 2∼3년 동안은 정말 대단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매우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친구는 아닐지라도, 대단한 동지가 되었습니다. 퀘벡에서 다시 만난 것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시 만나 함께 노래하게 되어 매우 행복했어요. 정말 멋진 3일이었습니다.”

 

-해외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에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재의 음악 시장에 대한 생각은 여전하신가요.

 

“음악을 너무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음악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진정한 가치를 갖지 않게 됐습니다. 소비하고 버리는 무언가가 되었죠. 비닐 앨범 한장이 소중한 물건이었던 시대와 비교하게 됩니다. 어떤 그룹이나 가수가 앨범을 내면 우리는 초조하게 기다렸다가 가게로 달려가 사서 집으로 돌아와 소중히 틀어보곤 했죠. 이제 그런 시절은 갔습니다. 이것이 인생이죠. 인터넷과 스트리밍은 음악의 가치와 우리가 음악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저작권, 로열티 등이 있어서 음악으로 생활할 수 있었죠. 이제 그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테크 자이언트'들이 우리에게 속했던 돈을 가져가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부스러기만 받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덧붙이자면, 무료 공연의 관객은 종종 최악입니다. 여름 축제 같은 무료 공연에서는 집중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하죠. 반면 티켓을 사고 오는 관객은 공연을 갈망하고 즐기기 때문에 훨씬 진지합니다. 이것도 스트리밍과 비슷합니다. 공짜인 것은 가치를 잃습니다.”

 

뉴스1

-70대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이어가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준비 중이신 새로운 뮤지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동력은 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삶을 사랑하고, 제 직업을 사랑합니다. 일할 때, 작곡할 때 행복해요. 그러니 그것은 행복을 향한, 창의성을 향한 끝없는 탐구일 겁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설명할 수가 없네요. 아마 하늘이 주신 선물이겠죠. (뮤지컬은) 꽤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작품도 시작했고요. 뮤지컬 하나를 완성까지 이끄는 것은 매우 길고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하나를 시작하고, 또 다른 것도 시작하죠. 동시에 2,3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뉴스1

-한국에도 팬이 많은데 한국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프롤로가 부르는 노래를 제외하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저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항상 하지는 않습니다. 노래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참여하지만, 투어 자체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중국에서 10개월 투어를 했을 때도 저는 상하이에서 딱 한 번만 섰어요. 하지만 서울에는 왔습니다.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이곳에 다시 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 관객은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가 공연하는 이 멋진 세종문화회관은 제가 전 세계에서 공연해 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다시 와서 공연하게 된 것은 큰 행복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감동하고, 쇼를 보며 행복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오게 되어 기쁘고, 이번엔 제 아내도 함께 와서 새로운 한국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항상, 여러 가지 이유로, 아마 제가 제 역할을 마치고 죽어서 무대 뒤로 내려갈 때일 겁니다. 그때 콰지모도가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노래하고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죠.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볼 때마다 항상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곡이 항상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습니다. 노래 자체도 매우 아름답고, 쇼의 마지막이기도 해서 저를 매우 감동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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