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엔비디아에 규제 화력을 집중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지배력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의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은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지닌 시장 지배력과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샤오미·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피해를 밝히는 데 조사의 초점을 맞췄다. 다만 구글은 이번 조사 중단 결정과 관련해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구글로부터 규제 화살을 거둬들이고, 이를 엔비디아로 겨누는 모습이다. 소식통들은 이번 결정이 “엔비디아를 미·중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SAMR은 지난 15일에는 엔비디아가 반독점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을 최종 판정하면 전년도 매출의 1∼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전날인 17일에는 중국이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 구매 금지를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구글보다는 엔비디아를 정조준하는 게 미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한편 외국 칩 의존에서 벗어나 자국 산업을 키우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판매 제한 소식을 접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AP, AFP 통신 등의 보도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런던에 머무르고 있는 황 CEO는 “우리는 국가가 우리를 원해야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 실망하고 있지만 알다시피 중국과 미국은 해결해야 할 큰 어젠다들을 갖고 있는 만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구글 조사 중단 결정이 무역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FT에 “하나는 포기하되 다른 하나는 잡으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보복 대상의 범위를 좁혀 타격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14일부터 3일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국과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열고 큰 틀에서 동영상 플랫폼 틱톡 처분 방안을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오는 19일 직접 통화 틱톡 관련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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