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발표하는 ‘부동산 패키지 대책’에서 중장기적인 ‘보유세 상향’ 기조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고강도 세제 대책을 이번에 구체적으로 담지 않더라도 보유세 강화 방침을 명시해 수요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은행의 담보물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싸고 은행권과 감정평가 업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최근 테더(USDT) 가격 급등으로 인한 강제청산 피해에 대해 보상책을 내놓으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구윤철 “상속세 변화 필요”…배우자 공제 확대 시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유세 강화 관련 질의에 “(부동산 대책의) 방점은 사실 공급에 있다”면서 “공급을 확대하면서 수요도 일정 부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구 부총리는 “대통령 하신 말씀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 부총리가 전날 국감에서 세제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힌 만큼 부동산 대책에는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방향성 정도가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라는 것을 통해서 재산을 늘려보겠다는 건 이제 과거의 생각”이라며 “언젠가는 반드시 사고가 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투자수단이 부동산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 투자수단도 많아지고 있고, 자본시장도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아마 1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銀 자체 감정평가 확대에 감평협 규탄 대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감평협)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제2차 국민은행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가치평가부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 감정평가법인을 운영하면서 고액부동산을 감정평가해 담보대출을 하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인가받은 감정평가법인 또는 감정평가사사무소에 소속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감정평가법인 인가 없이 사실상 감정평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감평협의 설명이다. 이는 감정평가법 제49조제2호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다.
감평협은 “국민은행의 자체 감정평가액은 2022년 26조원, 2023년 50조원, 2024년 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3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협약 감정평가법인에 무료로 의뢰하는 탁상자문 건수는 급증했으나 정식 감정평가 의뢰 및 수수료 입금 건수는 지속해서 감소해 감정평가법인의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감평협은 지난달 29일 1차 규탄대회에서도 국민은행에 △상생 협력을 통한 리스크 관리 △위법한 자체 감정평가 중단 △협력사 대상 불공정행위 개선 △부동산 담보 시장 건전성 제고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은행의 담보물 평가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감정평가법에 근거한 감정평가는 세칙에서 규정한 담보가치 산정방법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테더 이상 급등으로 강제청산 빗썸 “피해자 손실 전액 지원”
한편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오후 10시30분 공지를 통해 “급격한 시장변동에 따라 코인대여 서비스의 자동상환이 발동한 점을 인지했다”며 “피해가 발생한 회원들의 손실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100% 부과 발언에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했는데 빗썸에서는 테더가 5570원까지 폭등했다. 업비트와 코인원에서 테더가 각각 1650원과 1670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업계에선 당시 가상자산시장이 폭락하면서 테더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해외거래소로 옮기려는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빗썸의 테더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순간적으로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 하락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팔아 치운 뒤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빗썸에서 11일 오전 6시22분 5570원까지 폭등한 테더는 1분 만에 1764원까지 내리며 안정을 찾았다.
문제는 이 1분 동안 강제청산을 당한 피해자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대여서비스는 가상화폐 가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대출을 갚게 한다. 가령 투자자가 ‘하락’에 베팅한다고 가정할 때, 가격이 상승해 손실이 증거금보다 커지면 거래소가 자동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시장가에 팔아버리는 식이다.
이에 이상 급등으로 강제청산을 당한 투자자들의 신고가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은 전날 빗썸의 청산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현황 파악에 나섰다.
빗썸은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담보가치를 초과하는 가상자산의 대여를 금지한 이후에도 대여비율을 200%로 유지하다 뒤늦게 85%로 축소하는 등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빗썸과 해외거래소 간 오더북(호가창) 공유와 관련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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