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귀걸이 등 165점 유물 나와
가장 오래된 금동관 조각 눈길
유물 등 고려 최상위 신분 추정
부곽에선 말·사람 갑옷 등 나와
순장자 인골 전신 자료 첫 확인

1600년 전 신라의 전쟁터를 누볐던 당대 최고 신분의 장수 무덤이 발견됐다. 장수는 물론 시종으로 추정되는 이의 인골과 가장 오래된 신라 금동관 조각 등 희귀한 유물들이 함께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경주 황남동 120호 무덤 하부에 4∼5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120호분 발굴조사 중 새롭게 발견된 이번 무덤은 나무로 짠 곽 안에 널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목곽묘 형태다. 이번에 발견된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는 신라 특유의 무덤 양식인 적석목곽분의 특징들을 갖췄으나, 봉분이 낮고 완만하며 부곽에 적석이 거의 없고 호석도 뚜렷한 석축 모양새가 아니란 점에서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바뀌는 과도기적 성격의 무덤으로 파악된다.

출토 유물, 부장 양상 등을 고려할 때 당대 최상위 신분의 신라 장수로 일정한 정치적 역할까지 수행한 인물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무덤에서는 총 165점의 유물이 나왔다.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에서는 생전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귀걸이 1쌍과 고리 자루가 붙은 큰 칼(環頭大刀·환두대도), 치아 조각 등이 발견됐다. 치아의 마모 상태를 볼 때 무덤 주인은 30세 전후로 추정된다고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했다.
가장 주목되는 출토 유물은 현존하는 신라 왕경 발굴품 중 가장 오래된 금동관 조각들이다. 현재까지 신라 왕경에서 발견된 금동관은 5∼6세기 제작됐다. ‘△’ 또는 ‘凸’ 문양을 투조 기법으로 새긴 관의 금동판 여러 점이 출토됐는데, 이 문양은 중국 지린성 지안 지역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진 고구려 금동 장식,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모관(帽冠·머리 위에 올려 쓰는 모자 형태의 신라관)과 비슷하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신라 지배층의 금속 공예 기술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주곽에 딸린 매장시설인 부곽에서는 말과 사람 갑옷과 투구, 안장, 등자, 재갈 등 말과 관련한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다. 말이 착용하는 갑옷인 마갑(馬甲)이 나온 건 경주 쪽샘지구 C10호에 이어 두 번째다. 학계 안팎에서는 중무장하고 말을 타고 싸우는 무사 즉, 신라 중장기병(重裝騎兵)의 실체와 역사를 밝혀낼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사람 갑옷의 경우, 모든 부분을 철로 만든 게 아니라 일부를 가죽으로 제작했으며 팔과 다리를 보호하는 부속 갑옷 일체가 모두 갖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성능이 좋고, 가벼운 갑옷을 입을 정도로 소유자의 신분이 높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보여주듯 말 갑옷과 사람 갑옷이 발견된 지점에서는 팔다리를 모두 벌린 모습의 순장자 흔적도 확인됐다. 무덤 주인을 가까이서 보좌한 시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 그동안 추정하거나 일부만 확인됐던 순장자 인골 전신 자료를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장례 풍습 연구에서 실증적 자료”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맞춰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엿새간 발굴조사 현장과 유물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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