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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현대화·핵기술 주권 공략… “핵 비확산 원칙에 실현 불투명” [2025 경주 에이펙-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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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9 19:00:58 수정 : 2025-10-29 23:21:53
박수찬·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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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원자력 협정 문제 언급 배경

李, 中 잠수함 추적 필요성 들어
“핵잠수함 연료 공급해달라” 요청

국내서 우라늄 농축땐 비용 절감
사용후 핵연료도 재활용 길 열려
K원전 ‘저비용 고효율’ 날개 전망

11월 4일 SCM서 재논의 가능성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 연료 문제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우라늄 농축 등 한·미 원자력협정 관련 부분을 언급했다.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경감하는 동맹 현대화와 핵 기술 주권 강화를 함께 노린 것이라는 평가지만, 핵 비확산 체제 등을 감안하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장대 사열하는 韓·美 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경주=남정탁 기자

◆핵추진잠수함 건조, 키는 미국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해선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 수준이며, 둘째는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다. 마지막으로 국가적 의지다.

 

기술과 국가적 의지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장보고급·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꾸준히 건조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잠수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군 당국은 4000t급 핵잠수함 3척 건조를 검토했으나, 초기 단계에서 노출되어 좌초됐다. 문재인정부도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 핵연료 확보 등을 비공식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도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면 북한·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맞서 한반도 근해에서 해군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은 구축함 최현호를 건조하고 핵추진잠수함 제작을 추진 중이며, 중국도 해군력을 확장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을 앞세운 한국 해군이 한반도 근해에서 북한·중국의 대양 진출을 견제하면, 미국은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대결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중국 쪽 잠수함 추적’을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는 형태로 동맹 현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남은 문제는 핵연료다. 핵추진잠수함을 수명주기(30년 이상) 동안 핵연료 교체 없이 운용하려면,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HEU)이 필요하다. 농축률이 높아야 소량의 연료로도 오랜 기간 큰 출력을 낼 수 있다. 서방에서 잠수함용 핵연료 공급이 가능한 곳은 미국 외에 일부 유럽국가가 꼽힌다. 농축률 90% 이상의 핵연료는 핵폭탄 제조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 고도의 글로벌 통제가 뒤따르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미국이 허용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핵연료를 확보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제조도 문제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미 협력 범위와 권리·의무 등을 규정한 것으로, 2035년까지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하에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미국이 승인해야 가능하다. 농축도 20% 안팎의 핵연료도 잠수함에 쓸 수 있으나 5∼10년 주기로 핵연료를 재장전해야 하고, 군사적 이용을 제약하는 협정도 걸림돌이다. 협정 개정과 더불어 군사적 이용 금지 등의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고성능 핵추진잠수함의 핵심인 핵연료 문제를 푸는 방법을 미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후속 협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필요성에 공감하고 후속 협의를 제안했다. 다음달 4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열릴 안보협의회의(SCM) 등 한·미 안보 관련 협의체에서 핵추진잠수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핵 확산에 대한 미국 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핵 기술 주권·경제적 이익 노려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에서 한국이 더 많은 권한을 지니는 문제는 한·미 간에 원자력협정 개정과 맞물려 논의가 이뤄졌던 사안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원자력협정은 기존 협의를 통해 일정 방향성에 합의가 있었고, 구체적 진전을 위해선 실무 협의 필요해서 정상 차원의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라며 후속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위 실장은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원자력협정과 관련해 “우리의 역량에 비춰 지속적인 제약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요구를 지속해서 해 왔고, 그에 대해 (미국 측의) 긍정적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회담장 향하는 韓·美 정상 29일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관세협상에 합의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주=남정탁 기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실현되면 한국(K) 원전 산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면 국내 생산을 통해 수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우라늄 수입액은 13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커지면 사용 후 핵연료를 원전 연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부담도 줄어든다.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하는 K원전의 강점도 극대화돼 수출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을 개발해 자체 핵연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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