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라진 울음, 남겨진 숲의 기록… ‘침묵의 숲’이 묻는 생명의 언어

입력 : 2025-10-29 17:34:29 수정 : 2025-10-29 17:34:28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마운틴TV, 2년간 국내 생태 현장 기록한 UHD 다큐멘터리 공개
인간의 귀에 닿지 않는 ‘자연의 언어’를 통해 생명의 회복을 묻다

마운틴TV가 연말 방영을 앞둔 UHD 다큐멘터리 ‘침묵의 숲’의 제작 과정을 29일 공개했다. 2년에 걸쳐 촬영된 이 작품은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를 기록하며, 생명의 위기와 회복을 탐색한다.

 

연출을 맡은 구태훈·나수정 PD는 “소리는 생명들이 존재를 알리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라며 “그 언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번 다큐멘터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여정은 익산의 논에서 시작됐다. 2020년에 처음 발견된 신종 노랑배청개구리는 국내 개체 수가 1천여 마리에 불과한 희귀종이다. PD들은 “울음소리가 가득하던 논이 어느새 조용해졌다”며 “사라지는 소리가 생명의 경고처럼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마주한 로드킬 너구리 어미의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젖이 부푼 채 죽은 어미의 모습은 곧 새끼들의 생존 불가능을 의미했다. 제작진은 “그때 이 작업이 단순한 영상 기록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고 전했다.

‘침묵의 숲’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생태학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는 자연·생물·인간의 모든 소리가 만들어내는 환경의 총체를 뜻한다. 작품에는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요제프 제텔레 박사 등 관련 학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의 ‘동물소리 아카이브’ 관리자 칼 하인츠 프롬몰트 박사는 멸종위기종의 음향 데이터를 제공했다. 제작진은 초음파를 감지하는 특수 장비로 현장음을 수집하고,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생명의 신호를 영상으로 옮겼다.

‘침묵의 숲’은 지리산, 오대산, 제주 곶자왈 등 전국 30여 곳에서 촬영됐다. 모든 장면은 현장 소리만으로 구성됐다. 나수정 PD는 “이 작품이 경고보다 공감으로 다가가길 바란다”며 “소리를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들의 관계를 다시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공공·공익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돼 2025년 연말 마운틴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오피니언

포토

[포토] 윈터 '깜찍하게'
  • [포토] 윈터 '깜찍하게'
  • 정채연 '깜찍한 볼하트'
  • 김유정 '친애하는 X'
  • 아이브 레이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