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지난해 여름, 한 30대 자녀가 부모 명의 계좌에서 거액을 송금받았다. 계약서상 ‘차용금’으로 적힌 금액은 무려 29억 원.
자녀는 “1억 원은 증여받고, 나머지는 부모에게 빌렸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조사관들이 확인한 결과, 이자 지급 내역도 없고 상환 계획도 없었다. ‘빌렸다’는 말 한마디로 수십억 증여가 거래 장부 속에 숨었다.
이 사례는 정부가 30일 발표한 부동산 불법행위 합동조사 결과의 한 단면이다.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청이 합동으로 집계한 올해 6월 이후 이상거래는 총 2696건. 유형은 주택 이상거래 376건, 직거래 304건, 전세사기 893건, 기획부동산 1123건에 달했다.
◆“법인 자금 38억 빼서 서울 아파트 샀다”
외국인 불법거래도 심각했다.
한 외국인은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는 법인 자금 38억 원을 빼내, 49억 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개인 명의로 매입했다. 서류상으로는 “법인 차입금”이라 했지만, 회계처리는 전혀 없었다. 국토부는 이를 ‘명백한 자금 유용’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기도에서는 6억3000만 원에 아파트를 사놓고 5억8000만 원에 거래했다고 낮춰 신고한 사례도 적발됐다.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신고해 세금을 줄이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사업자대출 받아 아파트 샀다”… 기업자금이 ‘우회 통로’
금융당국 조사에서는 사업자대출을 주택자금으로 돌려쓴 사례가 속출했다.
기업운전자금 4억 원을 빌려 배우자 계좌로 보내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육성자금 1억 원을 주택 구입에 쓴 경우도 있었다.
단속 결과, 사업자대출 5805건 중 45건(119억 원)이 용도 외 유용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올해 안으로 사업자대출 유용 이력을 신용정보원에 등록해, 향후 모든 금융회사가 여신심사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소득 없는 30대, 부모 자금 확인”… 증여세 추징
국세청 조사에서는 법인 대표가 회사 자금을 빼돌려 서울 초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가 드러나 억대 법인세를 추징했다. 또 소득이 거의 없는 30대가 대형 아파트와 토지를 취득해 조사해보니, 부친의 현금 증여가 확인돼 증여세를 부과했다. 한강변 고가 아파트를 시가보다 싸게 자녀에게 넘긴 경우도 적발돼 양도세와 증여세를 동시에 추징했다.
◆“감시 강화에도 편법은 진화한다”
당국의 단속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지만, 불법거래의 수법은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증여’ 대신 ‘차용’으로 위장하고, 법인 자금과 사업자대출을 돌려 쓰는 등 자금 흐름은 점점 복잡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래 이후에야 뒤늦게 파악하는 구조라 사후 단속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감독 추진단” 신설… 실효성 시험대 오른 정부
정부는 오는 11월 3일 국무총리실 산하에 범부처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킨다. 내년 초에는 100여 명 규모의 상설 감독기구도 신설될 예정이다. 김용수 국무조정실 2차장은 “부동산 불법행위는 서민과 청년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성 범죄”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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