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군, 그중에서도 땅끝마을은 한국의 대표적인 배추 산지로 꼽힌다. 비옥한 토양과 서늘한 기후 덕분에 해남 배추는 속이 단단하고 맛이 좋아 김장철 절임배추 재료로 특히 사랑받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절임배추는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지역 경제와 전통을 이어가는 상징 같은 존재다. 김장철을 앞둔 시기, 해남 땅끝마을의 농업법인 산들해 절임배추 공장을 찾았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청결하게 정돈된 작업장과 함께 짭조름하고 상쾌한 배추 향이 퍼졌다. 직원들은 세척, 절임, 포장 등 각 공정에서 바쁘게 움직였고, 컨베이어벨트 위에서는 배추가 물 흐르듯 이동하며 절임 단계를 차례로 거쳤다. 해남 배추 자체의 품질도 뛰어나지만, 절임 과정은 더욱 정밀한 기술을 요구한다. 소금 농도, 절임 시간, 배추의 수분 상태 등 작은 변화 하나가 맛을 좌우해서다.
“배추가 한 번 절여지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절임 과정은 매 순간이 중요합니다.”
농업법인 산들해를 12년째 이끌고 있는 김하나(49) 대표는 절임 공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통 방식과 현대식 설비가 결합된 산들해의 작업 방식을 ‘균형의 기술’로 설명했다. “기계가 위생과 효율을 책임져주지만, 맛의 마지막 판단은 결국 사람의 감각이 합니다.”
올해는 특히 배추 수급이 쉽지 않았다. 긴 폭염과 갑작스러운 폭우가 반복되면서 배추 생육이 불규칙해졌고, 크기와 밀도도 일정하지 않아 선별 과정이 예년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그 이유는 절임 조건을 하루 단위로 다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배추 상태가 매일 달라 소금 농도나 절임 시간을 계속 조정해야 합니다”라며 “품질을 지키려면 그만큼 더 많은 손길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유난히 어려운 해였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에게 절임배추 생산은 단순한 제품 제조를 넘어선다. “배추 한 통이 자라기까지 농가와 공장이 함께합니다. 우리가 절이는 건 배추지만, 지키는 건 해남 농업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친환경 재배와 지속 가능한 방식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들해 공장은 직원 20명이 하루 약 20㎏ 기준 1500박스의 절임배추를 생산한다. 주요 공급처는 하나로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이며, 김장철이 가까워질수록 주문량은 급격히 증가한다. 일부 공정은 자동화로 효율을 높였지만, 배추 상태를 세밀히 살피고 절임 정도를 조절하는 핵심 작업은 여전히 숙련된 작업자의 손끝에 달려 있다.
완성된 절임배추는 신선함을 유지한 채 포장돼 전국으로 향한다. 해남의 풍토와 농가의 노력, 공장의 기술과 경험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절임배추는 한국 김치 문화의 뿌리를 지탱하는 핵심 재료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한국판 장발장’에 무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404.jpg
)
![[기자가만난세상] AI 부정행위 사태가 의미하는 것](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346.jpg
)
![[세계와우리] 트럼프 2기 1년, 더 커진 불확실성](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384.jpg
)
![[조경란의얇은소설] 엄마에게 시간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7/128/20251127519352.jpg
)






![[포토] 아이브 가을 '청순 매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8/300/2025112851021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