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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임명, ‘현지 누나’ 논란에도 해 넘기나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관련이슈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입력 : 2025-12-04 15:18:43 수정 : 2025-12-04 15:18:42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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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란 차관급 직책이 신설됐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대통령실 공직자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 행위를 감시하라고 만든 공직이다. 2015년 3월 검사 출신 이석수 변호사(훗날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역임)가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6년 9월 스스로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알력 때문이었다.

 

이후 문재인정부 5년 그리고 윤석열정부 3년 내내 특별감찰관은 공석으로 남았다. 현 이재명정부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출범 10년을 훌쩍 넘겼는데 정작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활동한 기간은 고작 1년 6개월이 전부다. 이러다가 이 변호사가 초대인 동시에 마지막 특별감찰관이 될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임기 3년의 차관급 공직인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은 2016년 9월 이래 9년 넘게 공석이다. 사진은 2016년 9월 특별감찰관실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특별감찰관 자리가 텅 비어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법률상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자 3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에서 적격자를 골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돼 있다. 언제라도 국회가 후보자 추천 절차만 밟으면 될 일인데 그걸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다. 이는 정권을 불문하고 권력자의 ‘감시자’를 두길 꺼려서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약했다. 취임 뒤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이 지났어도 특별감찰관 인선은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여야 정쟁을 이유로 연내에는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가 난망할 것으로 여기는 기류라고 한다. 국회가 여대야소인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문제에 왜 그토록 미온적인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인 문진석 의원과 민주당 의원을 지낸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텔레그램으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 인사 개입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문 의원이 KAMA 본부장을 지낸 홍모씨를 회장 후보로 천거하자 김 비서관은 “넵,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신했다는 것이다.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 홍씨 모두 중앙대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적절한 인사 청탁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 민주당도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김병기 원내대표가 문 의원에게 엄중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장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가운데)이 회의 시작에 앞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부속실장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시절 이른바 ‘만사현통’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모든 대통령실 인사는 김현지를 통해야만 풀린다’라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총무비서관과 달리 부속실장은 인사와 전혀 무관한 자리다. 그런데도 인사 청탁을 위한 로비 대상자로 ‘현지 누나’가 버젓이 지목됐으니 어찌 된 노릇인가. 그가 총무비서관에서 부속실장으로 옮긴 뒤에도 막후에서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참여연대는 4일 논평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김남국 비서관은 경질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부속실장 등 대통령실 공직자들의 감시와 견제 필요성을 들어 이 대통령에게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2026년 9월이면 특별감찰관 공석 10년이 된다. 그 전까지는 꼭 특별감찰관 자리를 채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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