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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NSS의 침묵과 한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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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1 23:01:14 수정 : 2025-12-11 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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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에
비핵화·동남아와의 관계 빠져
韓·아세안, 교역·문화 파트너
안보역할 강화 전략 강구해야

트럼프 2기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이 공개된 이후,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빠진 것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남아의 부재다. 본문 어디에도 동남아나 아세안(ASEAN)이 주체로 등장하지 않고,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핵심 파트너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분쟁 중재 성과를 소개하는 사례로 캄보디아와 태국이 등장할 뿐이다. 오바마 시기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트럼프 1기의 FOIP,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동남아가 강조되었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침묵은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NSS가 상정하는 경제와 안보의 구조를 따라가 보면, 동남아가 전략 지도에서 밀려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과잉 생산이 저·중소득국으로 이전되고, 미국과 동맹국의 자본과 기술이 새로운 생산 거점을 찾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으로 이어진다. 남중국해와 제1 도련선의 긴장 관리, 핵심 광물·배터리 공급망의 다변화 역시 동남아의 해상 및 산업 인프라를 통하지 않고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면, 동남아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 NSS의 이른바 ‘부담 분담’ 문구다. 미국은 “이웃 지역의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수출 통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통상·기술·국방 조달에서 더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각국의 안보 기여도를 경제안보 인센티브에 연동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동남아도 역내 안보를 어느 정도 스스로 감당할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협력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남아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중립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온 데다가 중국이 역내 최대 교역대상국이라는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영유권 또는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으며,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대표적인 미국의 안보동맹이다. 동남아 내부의 이해가 단선적으로 수렴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전략 환경 속에서 한국은 동남아 전략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동남아를 단순히 탈중국 생산기지나 대체 시장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NSS 이후의 구조 속에서 전략적 여지를 좁힐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동남아를 규칙 형성과 지역 안정을 함께 설계해 갈 파트너로 상정한다면 협력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동남아는 한국의 2~3위권 교역·투자·관광 파트너이자, 한국 문화를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고 공유하는 지역 중 하나다. 그러나 경제·문화 중심의 관계만으로는 변화한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공급망, 기술, 안보가 얽힌 구조에서는 신뢰 기반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안보 분야로의 확장을 요구한다.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와 CSP 비전은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할 틀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논의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방산은 산업 협력을 넘어 파트너 간 신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한국이 동남아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 잡으려면 ‘무기 공급자’를 넘어, 역내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안보 기여자(security contributor)’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최근 폴란드 사례가 보여주듯, 이런 기반 없이 진행된 방산 협력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한국은 NSS를 계기로 동남아에서의 안보 역할을 보다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의 안정은 해상교통로와 공급망, 기술 네트워크 전반에서 한국의 전략적 이익과 직결된다. 역내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협력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고, 대미 협력에서도 일정한 협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

 

NSS가 남긴 여백은 한국이 동남아 전략을 재구성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여백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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