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가 저물어갈 때마다 올 한 해 나의 다크호스(Dark Horse)는 누구였으며 무엇이었던가를 곰곰 되짚게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담양에서 마주친 화창한 봄날, 화사한 봄 색깔들과 평생 지고 다녔던 소소한 고집들, 그 내면에 박힌 색색의 아픈 브로치들이지만, 그토록 기대하고 기다렸던 올해의 다크호스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대신 소설가 김탁환의 다크호스, ‘참 좋았더라’와 ‘내 사람을 생각한다’를 읽으며 한동안 그의 다크호스 역할을 톡톡히 한 통영과 이중섭과 백석을 생각했다. 푸른 바다가 있는 통영이라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펼쳐지는 옛 시절, 옛사람들의 격정과 고뇌와 예술, 그 시대적 상흔을 그립고 아픈 나의 다크호스처럼 껴안고 그 아름답고 애절한 소설을 내 삶으로, 내 문학으로 끌어들였다. 그것만으로도 올 한 해도 참 괜찮았다, 충분했다고 말하고 싶다.
비록 진짜배기 나의 다크호스는 못 만났지만 그래도 벽에 걸린 나의 오랜 다크호스, 프란츠 마르크의 ‘파란 말’이 있으니까. 그에게 위안의 미소를 던진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림. 다크호스란 말이 말에서 나온 말이듯이 나는 말과 말 그림들을 유독 좋아한다. 장승업의 ‘군마도’를 비롯해 김기창, 마리노 마리니, 김점선, 드가, 조지 스터브스, 강현주, 테오도르 제리코, 오노레 도미에 등등. 그리고 말을 너무 좋아해 아주아주 먼 길도 말을 타고 다닌 몽테뉴, 니체의 정신줄을 놓게 한 토리노의 말, 오노레 도미에가 그린 돈키호테의 말, 로시난테도 정말 좋아한다. 만약 비트 시대의 잭 케루악과 앨런 긴즈버그가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아닌 말을 타고 다니던 시대의 작가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말을 좋아하고 말 그림들을 좋아한다.
그 때문에 평생 경마장에 가본 적도 없고, 경마 경기를 실제로 본 적도 없으면서 경주마에 대해선 틈틈이 찾아보고, 아! 멋지다고 탄복한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90년 한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국산마이며 이름 그대로 당대(2010~2012년) 불패로 한국 경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당대불패’와 일본에서는 버림받았으나 한국에 와서는 ‘무관의 제왕’ ‘불꽃 추입마’ ‘한국 최장수 출전마’로 불린 ‘다이와아라지’다. 지금은 둘 다 은퇴했지만 다크호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명마들이다. 순간순간 인생이 얼마나 예측 불가하면서도 멋진가를 보여주고, 일깨워주는! 하여 나는 다크호스!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이 말에는 진짜배기 불꽃 같은 복병과 설렘, 기대, 찬란한 환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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