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자제품, 실내 공기질 위협”
집 안에서 사용하는 토스터와 에어프라이어, 헤어드라이어가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리나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입자(UFP)가 대량으로 방출돼 호흡기를 통해 인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부산대학교 연구팀은 가정용 전자제품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실내 공기오염 물질을 정밀 측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했다.
그동안 실내 공기오염은 외부 미세먼지 유입이나 조리 연기, 흡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이번 연구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 자체가 초미세입자의 주요 발생원이 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밀폐 실험실서 측정…“100나노미터 미만 입자 대량 검출”
연구팀은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한 특수 밀폐 실험실에서 토스터, 에어프라이어, 헤어드라이어 등 가정용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며 초미세입자 농도를 측정했다.
초미세입자는 지름이 100나노미터(㎚) 미만으로, 일반적인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아 인체 방어막을 쉽게 통과하는 특성이 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기기에서 다량의 초미세입자가 검출됐다. 특히 빵을 자동으로 튀어 올리는 구조의 팝업형 토스터가 가장 많은 입자를 방출했다.
토스터는 빵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도 분당 약 1조7300억개에 달하는 초미세입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열 코일과 내부 금속 부품에서 발생한 입자가 공기 중으로 퍼졌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어린이,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
연구팀이 수행한 인체 흡입 시뮬레이션에서는 초미세입자가 코의 여과 기능을 지나 성인과 어린이의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도가 좁고 호흡 횟수가 많은 어린이의 경우 동일한 환경에서도 더 많은 입자를 흡입하고 체내에 오래 머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은 “초미세입자는 크기가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도달할 수 있다”며 “단기간 노출보다 장기간 반복 노출될 경우 호흡기 염증이나 기존 천식·알레르기 질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 역시 “실내 공기질 관리는 아이 건강 관리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 “편리함의 이면…설계 기준, 관리 체계 필요해”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의 의미를 위험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 평가한다.
가정용 전자제품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장기간 반복 사용되는 만큼 누적 노출 위험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미세입자에 포함될 수 있는 금속 성분은 체내 축적 가능성이 있어 단순 농도 측정에 그치지 않고 성분 분석과 장기 독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자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오염물질까지 고려한 설계 기준이 필요하다”며 “가열 코일이나 브러시 모터처럼 구조적으로 입자 발생이 많은 부품에 대한 기술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소비자 대응부터 정책 논의까지…현실적인 대안은?
전문가들은 당장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전자제품 사용 시 충분한 환기 △불필요한 공회전 사용 자제 △제품 선택 시 모터 방식이나 친환경 설계 여부 확인 등을 제시한다.
동시에 실내 공기질 관리는 개인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입자에 대한 기준 마련과 관리 체계를 공공정책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위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후속 역학 연구와 노출 기준 설정으로 이어져야 할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집 안은 안전하다는 통념 속에서 사용해온 가정용 전자제품. 편리함의 이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입자’가 새로운 실내 환경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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