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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로봇이 점령한 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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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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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제 로봇이 별로 안 신기한데요….”

 

지난 6∼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는 그야말로 로봇이 널려 있었다. 춤추고, 커피를 내리고, 청소하고, 셀카를 찍고, 카드게임을 하고, 권투까지 한다. 관련 분야 담당도 아닌 데다 평소 기술에 큰 관심이 없던 내겐 낯선 풍경이었지만, 로봇이 너무 많아 놀랍지도 않을 정도였다. 능숙하게 전시장을 둘러보던 한 미국인 참관객은 “몇 해째 오고 있지만 이렇게 로봇이 많은 CES는 처음”이라고 했다.

유지혜 산업부 기자

CES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상식 공부를 할 때 ‘세계 3대 박람회’로 외웠고, 기자가 된 뒤엔 ‘힘든 출장’ 정도로만 들었다. 올해 CES 취재 출장이 결정되고도 TV 같은 가전 중심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가서 보니 CES 주인공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이었다. 현대차그룹 부스에도 자동차는 자율주행 무인택시 ‘로보택시’와 주차 로봇 시연용 차량 2대가 전부였고, 공간 대부분은 피지컬 AI가 채웠다.

 

중국 로봇 기업들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은 복싱 대결로 관객을 끌어모았다. 로봇끼리 발과 주먹을 날리며 격하게 맞붙었고, 즉석에서 신청을 받아 로봇과 사람이 결투를 벌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기업 샤르파의 로봇들은 정교한 작업 능력을 자랑했다. 로봇이 종이접기를 하고, 사람과 탁구를 하거나 블랙잭 딜러 역할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 CES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40여곳 중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자존심은 현대차그룹이 살렸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BD)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덕분이다.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된 아틀라스는 몸을 완전히 접었다가 펴고, 몸통을 360도로 회전하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심지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능력도 갖췄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과의 차별점은 ‘실용성’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대량 생산해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할 계획이다. 잭 재코우스키 BD 아틀라스 개발 총괄은 인터뷰에서 “핵심은 로봇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어다니거나 쿵후만 선보이면 경제적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 부스에서 ‘이 로봇을 어디에 쓸 수 있냐’고 했을 때 관계자들이 선뜻 답하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더 이상 ‘로봇과의 공존’은 공상과학(SF) 영화 속 먼 미래가 아니다. 아틀라스가 부품 자재를 옮기는 시연을 보면 무인공장에서 아틀라스들이 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키 190㎝, 팔을 뻗으면 230㎝ 높이까지 닿고 50㎏까지 들 수도 있다. 영하 20도에도, 영상 40도에도 쉼 없이 일할 수 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로봇이 하고, 인간은 로봇을 학습·관리하며 협업한다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까. ‘저 손이 날 도와줄 땐 든든하겠지만, 나한테 날아오면 참 아프겠다.’ 공상을 즐기지 않는 나조차 아틀라스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당장 로봇으로 대체될 수많은 일자리가 떠올랐다. 로봇이 점령한 CES는 예고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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