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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장영자의 6번째 실형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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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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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에 중앙수사부(중수부)가 창설된 것은 제5공화국 출범 직후인 1981년 6월의 일이다. 신생 부서인데도 단기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 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여기엔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1982)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세간에는 ‘장씨 부부 배후에 전두환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가 있다더라’ 하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전 대통령이 1982년 6월3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혹시’라는 의아심을 버려라. 걱정이 유언비어가 된다”라고 단호하게 주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무위원들부터 ‘혹시 대통령 부부가…’ 하는 우려를 떨쳐내야 시중의 소문도 가라앉을 것 아니냐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중수부는 장씨를 겨냥한 수사 착수부터 구속기소까지 깔끔한 일 처리로 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

 

1980년대 ‘장영자·이철희 어음 사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영자씨. 사진은 4번째 범죄 혐의로 구속된 2020년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씨 부부가 일으킨 어음 사기 사건은 규모가 당시 돈으로 무려 6400억원대에 이른다. 부부는 자금 사정이 나쁜 기업들에 접근해 현금을 빌려주고선 채권의 2~9배에 이르는 어음을 받아 이를 사채 시장에서 할인 판매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장씨 스스로 5공 권부 핵심과 밀착돼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다녔다. 실제로 재판 도중 “나는 권력 투쟁의 희생자”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1983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된 장씨는 약 10년간 복역하고 노태우정부 말기인 1992년 3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장씨가 교도소 밖 세상에 머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94년 장씨는 140억원대 2차 어음 사기 사건으로 다시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2000년에는 220억원대 구권(舊券) 화폐 사기 사건으로 또 영어의 몸이 됐다.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들 입장에선 잊을 만하면 사기 혐의 피의자로 장씨 이름이 툭 튀어나오니 ‘이 사람, 참 끈질기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언론계에 1982년 어음 사기 사건에 관해 잘 모르는 젊은 기자들이 늘어나며 장씨의 ‘뉴스 가치’는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는 2025년 4월까지 각종 범죄로 총 5번의 실형 선고를 받아 복역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2010년대 이후로는 대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2000년 3번째 범죄 혐의로 구속된 장영자씨가 휠체어를 탄 채 구치소로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씨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장씨 생애 6번째 실형 선고다. 지인에게 “사찰을 인수하려고 하니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해 1억원을 받은 뒤 갚지 않은 혐의라고 한다. 이로써 장씨는 도합 35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할 처지가 됐다. 1944년 10월생으로 현재 81세인 장씨에게 35년이면 인생의 43%에 해당한다. 옛말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인간적으로는 정말 딱하기 그지없는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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