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날씨 아침 7시30분 일 시작
작업복 껴입고 마스크 완전무장
당국 ‘오전 9시 작업’ 수칙 무색
날 추우면 더 바쁜 배달기사들
“손발 너무 시려워… 넘어지면 끝”
갈 곳 없는 노숙인, 역으로 몰려
21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신설동역 인근 건설현장에서 만난 박모(32)씨는 “현장에서 핫팩, 고체 연료, 귀도리 같은 걸 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2도로 올 들어 가장 추웠지만 이 지역 근처 건설현장 3곳에선 박씨 같은 건설노동자들이 비계 해체 등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 모두 작업복을 껴입거나 눈만 내놓은 채 마스크 등 방한용품을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각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길가에선 신호수들이 상·하의 패딩에 방한마스크를 써 중무장한 채로 오가는 덤프트럭을 향해 경광봉을 휘젓고 있었다. 1년째 일하고 있다는 A(52)씨는 “날이 아무리 춥더라도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 TBM(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 하고 7시30분이면 일을 시작한다”며 “너무 추워서 힘들긴 하지만 버틸 만하다”고 했다.
이번 주 내내 역대급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국이 최근 한파특보 발령 시 옥외 작업을 최소화하거나 작업시간대를 기존 오전 6시에서 오전 9시로 늦추는 등 ‘한파안전 5대 기본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생계가 걸린 이들에겐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았다.
영등포구 한 종합체육시설 공사 현장에서 만난 배관공 B(60)씨는 “현장 작업자들 다 아침 7시30분에 출근했다. 각 팀마다 공기에 맞춰 알아서 출근 여부를 정한다”며 “아무리 추워도 공기를 못 맞출 것 같으면 초과해서라도 일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칼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건 건설현장만이 아니다.
추위에 바깥을 나가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배달기사들은 더 바빠졌다. 이날 오전 삼성역 인근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만난 배달기사 조모(66)씨는 “옷을 세 겹이나 껴입었다. 패딩 안에 내복도 입었다”며 “눈이 올까 봐 걱정이다. 오토바이는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끝”이라고 했다. 다른 배달기사 김모(61)씨는 “오늘 같이 추우면 휴대전화가 금방 방전되는 게 힘들다. 이걸로 퀵을 잡으니까”라며 “몸은 옷 껴입으면 어찌 커버가 되는데 손발이 너무 시렵다”고 했다.
아예 돌아갈 집이 없는 이들은 간밤 맹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울역에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역 지하통로에 노숙인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다. 제각각 추위를 막기 위해 박스나 우산을 주변에 둘러놓은 모습이었다. 박스 안에 앉아 있던 채현종(62)씨는 “원래 인천에 사는데 그제부터 엄청 추워져서 ‘그냥 가자’ 하고 서울역에 왔다”며 “역 밖에서 자다가 추워서 여기 계단 밑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다른 쪽 통로에서 만난 김모(67)씨는 “밤마다 물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 주시는 목사님이 계신다. 그거 2개 받으면 안고 잔다”고 했다.
올겨울 한파에 한랭질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따르면 19일 하루 발생한 한랭질환 환자 2명을 비롯해 최근 50일 동안 215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해 이 중 7명이 숨졌다. 전년 동기 대비 환자는 16명, 사망자는 2명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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