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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이란 시위 선봉장된 Z세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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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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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천천히 죽느니 거리에서 싸우다 죽겠다.”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인 이란 작가 오미드 샴스가 역대 최악의 희생자를 낸 반정부 시위에 나서는 이란 청년 세대의 각오를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현재 이란은 정권 47년 역사상 가장 잔혹한 탄압을 받고 있고, 이번 시위에는 30대 이하 청년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거리로 나가는 것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앉아 억압과 굶주림 속에 죽어가기보다 자유를 위한 짧은 저항을 택했다. 현지 의사들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최소 1만6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6만명가량이 부상했다고 한다.

정지혜 경제부 기자

공포의 임계점을 넘어서야만 이 정도의 저항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오래 누적된 억압의 역사가 있었다. 2022년 국제부에 근무하며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다뤘기 때문인지 이번 시위의 희생자들을 보는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당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갔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강하게 진압하면 결국 잠잠해질 것이라는 이란 당국의 믿음을 보란듯이 뭉개며 이란 여성들은 최근까지도 히잡 착용 거부 저항을 이어왔다.

이란의 이번 반정부 시위가 폭발한 것은 독재의 상징인 히잡을 무력화하려 끈질기게 투쟁한 젊은 여성들의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란 정권에 히잡은 체제 유지의 핵심 도구이자 이데올로기의 상징이었고, 이를 거부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정권의 권위를 일상에서부터 부정한 첫 세대의 탄생을 알렸다.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저항의 끈을 이어 온 이들은 전 국민 단위에서 더 큰 정치적 목표를 이끌어냈다.

외신들은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시위 정신을 계승한 Z세대 여성들이 이번 시위를 설계하고 주도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른 사진은 히잡을 벗고 머리칼을 드러낸 젊은 여성이 담뱃불로 절대 권력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태우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이란계 여성의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하며 많은 이들이 이를 따라하고 지지를 표했다.

이란에서 경제적 고통은 역사적으로 국지적 시위의 시발점이 되어 왔지만 정권을 위협할 만한 규모의 참여는 쉽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그러다 히잡 거부 시위로 여성들의 용기 있는 행보가 계속되자 이번에는 그동안 침묵하던 남성 노동자 계층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동조 파업을 이끌어냈다. 인터넷 세대이자 서구 문화를 향유하며 바깥 세상을 목격해 온 이란의 Z세대는 ‘평범한 일상’을 누구보다 갈망하며 이를 되찾기 위한 실존적 투쟁에도 나섰다.

이란 여성들이 전통적인 지도자 중심 조직 대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형 저항을 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권이 체포할 ‘머리’가 없다는 것은 감시와 탄압 또한 어렵다는 뜻이다. 이들은 인터넷 접속도 힘들어진 ‘디지털 암흑’ 속에서 게임사이트 채팅창, SNS, 스타링크 등을 활용해 시위를 조직하고 국제사회에 현지 상황을 알렸다. 그들의 외로운 저항이 헛되지 않도록 관심과 연대를 보내는 것은 세계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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