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다시 한 번 공공기관 재지정을 피했다.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 훼손 등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다만 금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만큼 이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2026년 공공기관 지정안이 심의·의결됐다. 관심을 모았던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에 대해선 공운위가 판단을 유보하고 내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설립된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2009년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지정이 해제됐다. 이후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가 이뤄졌지만 2018년, 2021년 두 차례 미뤄졌다. 지난해 새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이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이번에도 정부의 판단은 ‘조건부 지정 유보’였다.
금감원은 독립성 약화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재지정에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매년 재경부의 경영 평가를 받게 된다. 인사와 조직, 예산에 대한 통제와 기관장 해임 건의 등 재경부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금감원의 독립적인 업무수행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정치·정책적 이해에 따라 감독 강도나 제재 수위에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치 금융’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중복 규제도 주요 반대 이유로 언급됐다. 이미 금융위원회의 지도·감독에 감사원 감사도 매년 1회 이상 받는 상황에서 재경부의 입김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며 “예산, 조직에 대한 자율적인 조직권과 재정 자주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에서 예산, 조직 결정을 다 하는데 옥상옥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기본적으로 납득을 못 하겠다”며 “금감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요구되는데,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주장하는 쪽에선 감독강화 필요성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금감원은 2017년 채용 관련 부당처리와 방만 경영 문제, 2020년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 미흡 등 문제가 불거지며 외부 감독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외에도 다른 기관 간 형평성 문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감독행정의 독립성·자율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침해되지 않는 점도 공공기관 지정 찬성의 주요 이유다.
공운위는 이번에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폐해가 장점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감원에 대한 통제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며 운영·업무 전반의 공공성·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우선 기타공공기관 이상으로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 올해 안에 정원조정·조직개편 시 주무부처와 협의를 명시화하고, 기관장 업무추진비 상세내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목 추가 등을 포함해 알리오를 통한 경영공시를 강화하도록 했다.
복리후생 규율 항목을 확대하고 금감원 업무를 기존 제재 위주에서 사전·컨설팅 검사방식으로 전환한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통지 절차와 기타 검사·제재절차·면책 등 금융감독 쇄신방안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의 충실한 이행도 조건으로 달렸다. 공운위는 향후 유보조건 이행에 따른 경영 효율화 성과 등을 봐가며 내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공운위 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조건부 유보인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운위로부터 주어진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며 소비자 보호 등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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