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는 감사원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원장으로 이회창(1993∼1994년 재임)과 한승헌(1998∼1999년 재임)을 꼽을 수 있겠다. 김영삼(YS)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대법관에서 감사원장으로 옮긴 이회창은 YS와 철저히 거리를 두며 감사원을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사정(司正) 기관으로 일으켜 세웠다. 김대중(DJ) 대통령이 발탁한 한승헌은 정작 DJ도 대하기 어려워할 만큼 깐깐한 선비 같은 법조인이었다. 임기 도중인 1999년 65세 정년을 맞은 그는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먼저 선언한 뒤 감사원장 정년을 대법원장과 같은 70세로 끌어올리는 감사원법 개정을 밀어붙여 결국 성사시켰다. 이는 감사원의 위상 제고에 한 획을 그은 조치로 평가된다.
행정부의 일원인 감사원장은 국무총리보다 낮지만 일반 국무위원(장관)보다는 높다. 그래서 흔히 ‘부총리급’으로 불린다. 감사원법 2조 1항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회계 검사와 공무원에 대한 직무 감찰 등 감사원 고유 업무 수행을 놓고선 청와대 등의 눈치를 봐선 안 된다는 원칙을 명시한 셈이다. 그 때문인지 감사원장은 종종 조선 시대 사헌부(司憲府)의 수장인 대사헌과 비교되곤 한다. 비리 의혹이 제기된 관료는 예외 없이 사헌부의 탄핵을 받았고, 제아무리 권세를 떨치던 인물도 파직을 면치 못했다.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박정희정부 시절인 만큼 군인 출신 원장이 대세였다. 전두환 장군의 신군부가 주축이 된 5공화국 출범 후에도 육군참모총장(대장)을 지낸 황영시(1984∼1988년 재임)가 감사원장에 기용됐다. 1988년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로는 법조인과 행정 관료, 대학 교수 등 민간인들이 감사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정권 교체 때마다 지난 정부의 감사원장에게 ‘알아서 물러나라’는 취지의 압력이 가해지며 헌법이 보장한 감사원장 4년 임기가 제대로 안 지켜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임기 만료 전에 스스로 사퇴하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뛰어든 어느 전직 감사원장의 사례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감사원장에 임명돼 윤석열정부를 거쳐 현 이재명정부 들어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최재해 전 원장이 3일 군사 기밀 유출 등 혐의 피의자로 경찰에 입건됐다. 공직 사회에서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기강을 잡아야 할 감사원장이 되레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다. 일각에선 임기 거의 대부분이 윤석열정부와 겹치는 최 전 원장이 대통령실과 ‘코드’를 맞췄다가 정권 교체 후 정치 보복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제 겨우 수사 단계이고 앞으로 기소 여부, 더 나아가 재판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겠으나 ‘피의자 감사원장’을 지켜보는 심경이 참으로 불편하고 또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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