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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트럼프 시간은 3년뿐… 한반도 평화·남북 관계는 중장기 과제”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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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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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관련 집착은 상상 초월
남은 임기 동안 한국 압박 되풀이할 것
조선업 등 우리 강점 활용한 협상 필요

트럼프 3선 도전 의사는 레임덕 차단용
중간 선거 패배 땐 외교에 더 집중할 것
北·美 회담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산 제품 상호관세 15%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한국이 대미 투자에 관한 약속을 어겼다”며 관세율을 도로 25%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국내에서 미국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물었더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약속 역시 남은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 혹은 그 충성파들은 계속 지켜볼 것이고 압박을 되풀이할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관련해 이재명정부에 “한·미 안보 동맹을 굳건히 지키는 범주 안에서 보다 과감하게 미국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들을 (국민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문 기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관련해 이재명정부에 “한·미 안보 동맹을 굳건히 지키는 범주 안에서 보다 과감하게 미국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들을 (국민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문 기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2일 서 교수와 만나 한·미 관계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서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미국 의회·정당 정치와 외교 정책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정치연구회장(2020)과 한국정당학회장(2025)을 지냈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재명정부에 조언한다면.

“우리가 가진 조선업 능력을 대미 전략에 최대한 활용할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을 국익 증진에 활용하는 협상 시도를 이제는 대미 관계에서도 훈련해야 할 때다. 달라진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 입장과 전략에 대해 국민과 체계적으로 소통하며 설명하는 일도 중요하다. 국민도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트럼프 대통령만큼 북한 지도자에게 개인적 관심을 갖는 미국 대통령이 다시 나오긴 어렵다는 현실을 북한 역시 잘 안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북한 비핵화 이슈는 회담 의제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제재 중단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고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북한 일부 지역 개방 및 개발을 허용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 결국 북·미 접촉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최대 목표가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3년이지만,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안정은 훨씬 더 중요한 중장기적 과제다.”

어떤 이들에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겠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3선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이는 ‘대통령은 두 번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 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을 진정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차단을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란 뉘앙스로 들렸다. 서 교수는 “개헌 절차의 복잡성과 미국 정치의 양극화 때문에 개헌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미국 의회 중간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전망하나.

“전통적인 미국의 중간선거 양상이 최근 조금 달라졌다. 대통령 정당이 상원에서는 의석을 늘리되 하원에서는 의석을 잃는 새로운 경향이 등장했다. 이번 선거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영향력은 대부분 행정명령 기반이다. 따라서 의회 다수당을 결정하는 중간선거 그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운명이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중간선거에서 크게 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후반기 2년 동안 통상과 안보 등 외교 영역에 관심을 집중할 공산이 크다.”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은 어느 정도인가.

“양극화가 심각한 미국에서 공화당 우세 지역구의 경우 새로운 극우 후보를 지원함으로써 자신에게 협력하지 않는 중도 보수 성향의 현직 의원을 경선에서 탈락시킬 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이나 톰 틸리스 상원의원 등 극소수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종 반기를 드는데, 이들은 이미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다. ‘친한파’로 알려진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 견제를 시도했지만 결국 반(反)트럼프 대열에서 이탈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야당인 민주당의 무기력함을 꼬집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는 듯하다.

“양당제 국가인 미국과 한국에서 야당이 제구실을 해서 여당이 정권을 잃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경제 혹은 외교를 망쳤을 때 야당이 대안으로 등장하는 양상이 반복돼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년 차의 여러 정책 실패와 권력 과잉은 주목할 만하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폭력적 수색과 인명 살상, 의료보험 대안 부재, 물가 상승 우려 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악재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대안으로 부상하지 않는 것은 2024년 대선에서 완패한 이후 정당 내부의 리더십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초미 관심사는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애초 1월 안에 선고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서 교수는 “판결이 늦춰지며 두루뭉술한 판결, 즉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은 허용하되 절차나 규모와 관련해서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결말이 날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세금인 관세 부과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위법 판단이 옳다”고 덧붙였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인에겐 낯선 ‘서반구’(남북 아메리카)란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등 다른 중남미 국가에도 큰 몽둥이, 이른바 ‘빅스틱’을 휘두를까.

“지난해 12월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은 서반구를 최우선 외교 영역으로 삼았다. 쿠바 등을 상대로 빅스틱을 휘두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다만 마두로 정권의 마약 카르텔 이슈,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제공할 석유만큼 분명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존재하느냐 여부만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이란 핵시설 폭격이나 마두로 납치 이후 과정에서 큰 희생이 따를 수 있는 미국 지상군 투입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정책은 지상군 없는 일회성 공격을 특징으로 하는데, 미국의 이해관계가 그 이후 과정에서 원하는 대로 보장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 이가 있을까.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1969∼1974년 재임)의 경우 보편관세, 주한미군 철수, 관료제와의 전쟁, 전격적인 중국 방문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로저 스톤(정치 컨설턴트)이 닉슨 숭배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할 때 늘 염두에 두는 전임 대통령으로는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재임)가 있다. ‘오바마가 못 한 것을 내가 해결한다’, 혹은 ‘오바마가 한 것은 나도 가능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엿보인다. 노벨평화상 집착이 그렇다. 2014년 임기 중 두 번째 중간선거에서 크게 진 오바마가 한 달 뒤인 12월 중순 쿠바와 국교 정상화 계획을 전격 발표한 전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중간선거 패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서정건 경희대 교수/2026.01.30./이재문 기자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붕괴 수순을 밟게 될까.

“이전부터 공화당 지지자들은 유엔과 나토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 적이 없다. 보수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나 그 정치적 수사에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반대로 민주당은 동맹을 중시하는 다자주의 혹은 소(小)다자주의를 추진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등장 후 고학력의 진보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 나토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으면 이전의 동맹 중심 외교가 복원될 것이고, 공화당이 계속 집권하면 유엔과 나토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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