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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한국인 두 번째 IOC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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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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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창설할 당시 위원은 14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IOC 위원 수는 100명을 훌쩍 넘겼지만, 그중에서도 15명의 집행위원은 ‘올림픽의 내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위상과 권한이 대단하다. IOC 집행위원회는 개최지 선정이나 종목의 퇴출과 진입 등 올림픽의 모든 것을 주무른다. 수조 원에 달하는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향방 역시 이들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IOC 집행위원은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 공항 귀빈실 이용은 기본이고, 개최지 선정 시점엔 각국 정상들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선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냉혹한 스포츠 정치의 논리가 작동한다. 대륙별 안배, 종목별 이해관계, 그리고 강대국들의 막후교섭이 얽히고설키는 ‘총성 없는 전쟁터’가 바로 집행위원회다. 고대 올림픽부터 이어져 온 인류 최고(最古)의 스포츠인 레슬링을 퇴출하기로 결정한 것도 2013년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였다. 재미가 없고 체급이 지나치게 세분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레슬링은 파격적인 규칙 개정과 뼈를 깎는 인적 쇄신을 거쳐 7개월 만에 정식종목으로 간신히 복귀했지만, 그 사건은 IOC 집행위원회의 무소불위 권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스포츠는 1988년 고(故) 김운용 위원이 한국인 최초로 집행위원이 된 후 부위원장까지 오르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88 서울올림픽의 성공과 태권도의 정식종목 채택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가 물러난 뒤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변방으로 밀리며 집행위원 부재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최근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한국인으로는 38년 만에 두 번째로 IOC 집행위원에 선출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개인의 영예를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국인 유일의 IOC 위원인 김 회장은 IOC 위원을 지낸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쾌거”라며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38년 만에 되찾은 귀한 자리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불이익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김 위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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