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직장인들 줄서는 ‘점심 성지’
콩나물·어묵볶음·계란찜 등 기본
가자미구이·제육볶음 추가 메뉴
정갈하고 단아한 자태에 맛 보장
고루 먹다보면 생각도 정리되는 듯
◆레스토랑 오픈 준비
청담동에 파인다이닝 ‘일판’을 오픈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파인다이닝의 세계는 오픈부터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았다. 레스토랑이 문을 여는 과정은 화려한 음식과 스포트라이트, 예능 프로그램 속 셰프들의 멋진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오픈 준비 과정은 늘 그렇듯 현실적이고, 반복적이며, 체력과 감정을 동시에 소모한다. 무엇보다 팀을 꾸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 기술보다 태도, 경력보다 성실함을 보지만 그 기준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인터뷰를 하고, 연락을 주고받고, 약속을 잡는 사이 하루가 훌쩍 지나가다 보면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조차 없다.
예전에 식당 영업을 했던 곳이라 멈춰 있던 주방을 살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오랫동안 불이 꺼져 있던 스토브에 다시 불을 올렸다. 차갑게 식어 있던 철판이 서서히 온기를 머금고, 주방 안 공기의 결이 바뀌어 간다. 익숙한 그 냄새에 마음이 설렌다. 마치 오래 막혀 있던 숨구멍이 트이는 것처럼, 천장 덕트에도 바람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주방이 다시 숨을 쉰다. 이 순간이 나는 늘 좋다. 주방은 화구가 켜질 때 비로소 공간이 완성된다. 한동안은 남의 집 주방에서 일하는 느낌이 나겠지만 곧 익숙해지기를 기대한다.
메뉴 개발을 위해 거래처를 찾고, 전화를 돌리고, 직접 발로 뛰며 재료를 만난다. 종이 위에서 보던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만져보고 냄새 맡고 먹어 보며 앞으로 내 음식의 주인공이 돼줄 재료들을 찾아본다. 파인다이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떤 것을 빼야 하는지 정해야 한다. 메뉴 개발은 화려한 창작의 시간이 아니라, 수없이 정리하고 놔버리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히 근처에 예전부터 자주 가던 우물가 같은 백반집이 있다. 바로 ‘청담골’이다.
◆청담 직장인 성지 청담골
청담동은 특이한 동네다. 겉으로 보면 명품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이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인지라 대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빠르고 든든한 한 끼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찬 식당들이 있다. 청담골 역시 그런 공간이다. 넓은 가게 내부는 어느 시간대에 찾든 손님들로 북적인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는 서비스를 끝낸 근처 레스토랑의 직원들이 끼니를 채우러 나온다.
점심시간이면 줄이 길게 늘어서는 청담골의 메뉴판은 복잡하지 않다. 기본 백반에 제육볶음, 생선, 스팸 같은 메인 메뉴를 추가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백반만 주문해도 음식이 나온다. 한 상 가득 나온 백반이 큰 상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진다. 국과 찌개가 함께 나오는 이곳의 백반은 어쩌면 손님에게 진상하는 백반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콩나물, 고사리무침, 어묵볶음 같은 친숙한 반찬부터 계란찜, 김치찌개처럼 따뜻한 메뉴가 기본으로 나온다. 반찬의 가짓수만 봐도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추가로 주문한 가자미구이와 제육볶음은 그 자태가 참 단아하다. 가자미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생선이 또 있을까. 밀가루를 둘러 노릇하게 익힌 가자미구이는 밥반찬으로 아주 제격이다. 잘 구운 가자미는 담백하고 그 끝에 은은한 단맛이 돈다. 제육볶음은 간이 적절했다. 백반상의 반찬은 주인공처럼 튀지 않고 다른 반찬들과 융화가 잘된다.
청담골에서의 식사는 늘 기분 좋게 마무리된다. 여러 반찬을 밥 위에 얹어 먹고 있자면 생각도 잘 정리되는 느낌이다. 음식은 익숙하고 확실한 맛이 있다. 이곳의 손님들은 요리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를 즐겁게 버틸 힘을 얻기 위해 밥을 먹는다.
◆바다의 보물 가자미
가자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사랑받은 생선이다. 유럽에서는 중세부터 솔(sole) 같은 가자미류가 식탁에 자주 올랐고,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솔 뫼니에르(Sole Meuniere) 같은 버터에 구운 가자미 요리가 집이나 레스토랑 식탁 위에 주인공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자미는 훨씬 식탁에 친숙하게 오른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말리고, 찌고, 조려 먹는 생선으로 비싸지 않고 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생선에 가까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박함 때문에 가자미는 오랫동안 크게 대접받지 못한 생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굽는 방식을 떠나 숙성, 포칭, 수비드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리사의 손맛을 증명하는 재료가 됐다.
가자미는 이름이 많고 그 이름만큼이나 성격도 다르다. 기름가자미는 팬에 올리는 순간부터 반응이 다르다. 지방이 있어 열을 품고, 살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겉은 노릇해지고 속은 촉촉하게 남는다. 구이를 전제로 한다면 기름가자미는 요리사에게 가장 관대한 가자미다. 물가자미는 정반대다. 살이 부드럽고 수분이 많다. 조금만 성급해도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이 생선은 불보다 물과 잘 어울린다. 찜, 조림, 혹은 아주 짧은 조리가 적합하다. 물가자미를 구이로 쓰는 건 재료를 시험하는 일에 가깝다. 돌가자미는 묵직하다. 조직이 단단하고 결이 분명해 숙성을 거치면 오히려 매력이 살아난다. 특히 천천히 익혀야 제맛이 난다. 불과 시간을 믿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생선이다.
■버터에 포칭한 가자미롤과 레몬크림소스
<재료> 가자미 필레 2개, 소금 조금, 백추후 조금, 딜 1g, 버터 100g, 레몬제스트 조금, 레몬즙 10ml, 케이퍼 2g, 블랙올리브 2알, 생크림 50ml, 화이트와인 30ml.
<만드는법> ① 가자미는 소금, 후추간을 한 후 돌돌 말아준다. ② 팬에 버터를 두르고 가자미를 올려준다. ③ 약불로 천천히 버터를 끼얹어 가며 익혀준다. ④ 화이트와인을 넣은 뒤 뚜껑을 덮고 5분간 천천히 가자미를 익혀준다. ⑤ 가자미를 건진 뒤 레몬제스트와 레몬즙을 다진 케이퍼와 올리브를 넣고 졸여준다. ⑥ 생크림을 넣어 풍미를 더하고 가자미와 함께 접시에 담아준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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