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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층 ‘나쁜 직장’ 전전, 청년은 아예 취업문 밖… 노동시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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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기자, 세종=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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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0세 이상 고용보험 증가폭
전년 동기비 20.9만 늘어났지만
29세 이하 청년은 7.3만명 줄어

전달 ‘쉬었음 청년’ 46.9만 달해
정부 당초 이달 대책 발표 지연
“당국 혼자 역부족 모두 나서야”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 중 60세 이상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령층이 그만큼 질 낮은 일자리에 많이 종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청년층에서는 ‘쉬었음’ 문제가 지속하고 있어 고령과 청년의 노동 시장 상황이 모두 좋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개 숙인 졸업 새해 첫 달 청년층 취업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11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기고 있다.유희태 기자
고개 숙인 졸업 새해 첫 달 청년층 취업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11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기고 있다.유희태 기자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의 경력지원제로 재취업에 성공한 남모(59)씨는 11일 직전 회사에서 임금이 밀려 비자발적으로 퇴직한 뒤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평생 사무직에 종사하다가 기술직으로 전직한 그는 “중소기업을 퇴직한 친구 중 상당수가 회사에 부탁해 실업급여를 타는 걸 봤다”며 “재취업 때까지 실업급여로 버티는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 노동 시장을 주도하는 건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고용노동부의 ‘1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보험 가입 증가 폭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만9000명 늘어나 1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29세 이하 청년층의 가입자 수는 7만3000명 감소했다. 1년 전보다 3.2% 줄어든 규모다.

 

천경기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60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며 고용 증가의 대부분을 60세 이상이 주도하고 있다”며 “제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60세 이상 가입자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층이 노동 시장에서 취업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동안 청년 쉬었음 인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달 46만9000명으로 2021년 1월(49만5000명) 이후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층의 경우 고용률이 하락하고 쉬었음 숫자도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고용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 시장 이중구조와 수시·경력직 채용 경향 증가, 건설·제조업 등 산업적 부진을 비롯한 산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만간 쉬었음 청년을 겨냥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당초 2월 발표 예정이던 계획은 늦어지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가 남아 이달 중엔 발표가 어려워 보인다”며 “범정부 대책으로 3월 중이 유력하며, 재정경제부가 중심이 되고 노동부 과제들도 다수 속해 있다”고 했다.

 

대책 발표 전이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쉬었음 대책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에도 노동부는 유럽연합(EU) 청년고용 대책을 모델로 삼은 한국형 ‘청년보장제(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뒤에도 쉬었음 청년 인구는 역대 최고를 나날이 경신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쉬었음 청년 문제는 답을 찾기 쉽지 않다”며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고학력 청년들 마음에 맞는 일자리는 더 찾기 어려워진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혼자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니고, 노사 모두 머리를 맞대야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을 위해 실업급여를 선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업급여 급증 청년 고용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담당 창구로 들어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실업급여 급증 청년 고용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담당 창구로 들어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아시아재단에 기고한 ‘청년실업의 재해석: 고용시장 변화, 정책구조, 그리고 사회적 조정’에서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청년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대 120일까지 1일 8시간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을 지급해 구직을 장려하자는 취지다. 동시에 현재 34세까지인 청년고용 대책 범위를 순차적으로 연장해 40세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 부족해서 문제를 못 풀고 있는 게 아니다. 현재 정부 관련 정책만 해도 3000개에 달한다”며 “저성장 등 근본 문제들을 직접 풀기 어렵다면, 새로운 정책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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