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갈등에 ‘K보이콧’ 고개
韓 국뽕에 현지인 자존심 못 봐
대외 문제 경솔 땐 ‘외톨이’ 신세
이 나라는 동남아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두 달 사이 두 번 깜짝 놀라게 했다. 한 번은 지난해 12월 초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 외신회견에서 북한 억류 국민이 금시초문이라고 황당한 답변을 했을 때다. 또 한 번은 지난달 말 X(옛 트위터)에 캄보디아를 망신주는 경고문을 올렸을 때다. ‘캄보디아 현지 중국 범죄조직도 이제는 한국 경찰의 단속이 두려워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첨부해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라고 썼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문자를 상단, 한글을 하단에 배치했다. 누가 봐도 캄보디아를 겨냥한 것이다. 복잡미묘한 국제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당황스러운 경고문이다.
캄보디아의 온라인 스캠 범죄 ‘주역’은 한국과 중국계 조직이다. 현지 고위층의 비호나 연루자도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중국어 경고문은 달지 않았나. 강약약강(强弱弱强)인가. 사건 관련국인 한·중·캄어 모두 작성됐다면 캄보디아 국위를 훼손한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었다. 경고문은 캄보디아 측이 한국 대사에게 작성 의미를 ‘문의’하자 바로 내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충분히 홍보됐다고 판단하셔서 삭제한 거로 짐작된다”(강유정 대변인)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토론, 회견,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상대에게 공개 면박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아니다. 그래서 이재명도 트럼프가 아니다. 국제 관계, 외교 이슈를 국내 현안 다루듯 상대를 몰아세우려다간 ‘글로벌 외톨이’가 될 수 있다. 2022년 윤석열정부 때 유엔인권이사회 선거 낙선과 같은 굴욕이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동남아 11개국은 미·중, 중·일의 전략경쟁 무대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전체의 국제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개별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니가 한국처럼 주요 20개국(G20) 멤버라는 것을 잊지 말라. 인태 지역 패권을 다투는 미·중은 동남아에서 우위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인다. 일본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집권 이래 새 총리 취임 때마다 첫 방문국으로 동남아를 택할 정도다. 무역국가 한국에도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아세안은 두 번째 무역 상대, 세 번째 수출 상대, 두 번째 수입 상대다. 대북 외교에서도 최전선이다. 국내 등록 외국인 출신 지역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다.
최근 동남아에서 형성되는 반한 기류가 심상찮다. 베트남 신부 수입 망언, 한국산 고등훈련기를 이용한 태국군의 캄보디아 폭격 등이 발생하면서 대한(對韓) 감정에 악영향을 줬다. 여기에 K팝 공연장에서의 한국인 비매너 논란에 한·동남아 네티즌이 집단 공방을 벌이면서 K콘텐츠, K상품 불매론마저 제기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결국 올 것이 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위정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만연된 동남아 경시, 차별의식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국뽕, 졸부 의식에 취해 있으면 제국주의에 맞서 무장투쟁을 했던 동남아인의 강력한 내셔널리즘과 자부심을 간과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한국과 동남아의 국력 역전을 의미하는 ‘환위(換位)’의 도래다. 2000년대 한국이 대만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앞섰을 때 한·대만 관계가 긴장 국면을 맞았다. 2010년대 중국의 주요 2개국(G2) 부상 때나 2020년대 한국 1인당 GDP가 일본에 근접했을 때도 각각 한·중, 한·일 관계에 극심한 갈등이 있었다. 인니 GDP는 5년 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콘텐츠나 스포츠도 약진 기세다. 한국이 중국에 이어 동남아에 추월당하는 시대엔 한국의 열패감과 동남아의 성취감이 충돌하면서 지금은 잠복돼 있던 갈등이 터져 나올 것이다. 동남아를 얕잡아 보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장차 국익이 크게 훼손되는 사태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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