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무사 시험 수험생 일부가 “법원·검찰 직원 경력자들을 위한 특혜가 지나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무사법 시행규칙은 대법원 소관이었다. 헌재가 위헌을 선고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한 대법원은 대법원장까지 나서 헌재에 ‘로비’를 했다. 대법원은 “시간을 주면 우리가 알아서 고치겠다”며 사정했으나, 헌재는 차갑게 거절하고 위헌 선고를 강행했다. 대법원으로선 신생 기관 헌재에게 제대로 한 방 맞은 셈이다.
헌재 결정 중에 합헌, 위헌 말고 ‘한정(限定)위헌’도 있다. 심판 대상 법령을 놓고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식의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사법부 고유 권한인 법령 해석권에 대한 침해로 여긴 대법원은 1996년 칼을 빼들었다. 상고심 판결문을 통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버렸다. 그러자 이듬해인 1997년 헌재는 사법사상 최초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취소하는 강수를 뒀다. 재판관들은 한목소리로 “헌재 결정에 반하는 법원 판결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자연히 언론에선 최고 사법기관들이 이기주의에 빠져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존심 대결이나 벌인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2000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과 김용준 헌재소장이 만나 화해하긴 했으나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2014년 양창수 대법관이 물러나며 퇴임사에서 “대법·헌재 갈등 해결에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그 또한 허공의 메아리에 그쳤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은 1988년 헌법재판소법 제정 당시 법원 측 위원으로 참여했다. 법원 재판의 헌법소원 대상 포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그는 ‘대법원이 최고 법원’이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헌재법을 고쳐 재판소원을 허용하려 하자 이 전 헌재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38년 전 제 의견이 잘못됐다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젠 재판소원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법률가로서 소신이야 바뀔 수 있겠으나, 왜 하필 이 시점이냐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듯하다. ‘헌재가 대법원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기관 이기주의의 발로는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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