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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골리앗과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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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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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고공행진 다카이치
‘강한 일본’ 내걸고 총선 압승
젊은 정당 팀 미라이도 부상
日 실버 민주주의 균열 촉각

밖에서 본 일본 정치는 뭔가 정체된 느낌이었다. 1955년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하며 출범한 자민당이 70년 가까이 일본 정치를 사실상 지배해온 탓일 것이다. 일본의 정권 교체는 1993년과 2009년 딱 두 번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단명으로 끝났다.

하지만 일본 정치에도 나름의 역동성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최근 실감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단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정치권과 언론 예측을 깨고 당선된 것이 시작이었다. 며칠 뒤 자민당의 26년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대신 일본유신회 손을 잡고 기어이 총리 자리에 앉았다.

유태영 도쿄특파원
유태영 도쿄특파원

최근 2·8 조기 총선 승부수도 적중했다. 중의원 해산 명분이 약하다는 부정적 여론을 딛고 자민당 의석수를 기존 198석에서 316석으로 크게 늘렸다. 전체 465명인 중의원(하원) 3분의 2를 넘겼다.

자민당은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했고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쌀값 고공행진을 중심으로 한 고물가 현상이 지속하는 데다 파벌 비자금 문제를 둘러싼 유권자의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다. 달라진 것이라곤 당·정을 이끄는 사람이 다카이치라는 정도다. 자민당의 이번 ‘역사적 대승’은,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높은 지지율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는 어떻게 해서 계속 이변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걸까. 선거운동 기간 유세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지난 정권에 대한 불만을 많이 언급했다. 다카이치가 선명하게 ‘강한 일본’을 외치고,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외국 정상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임자들에 비해 낫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어르신 온천여행 사진 같다’는 전임 내각의 출범 기념사진을 언급하며 “다카이치가 기저 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세습 정치인 중심으로 돌아가던 일본 정치권에서 여성·비세습 총리라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그를 상대로 노회한 남성 공동대표 2명을 전면에 내세운 제1야당의 전략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의석을 크게 늘린 정당은 자민당 말고도 참정당(2→15석)과 팀 미라이(0→11석)가 있다. 방향은 각각 달랐지만 세 당 모두 일본이라는 국가의 미래상 제시에 주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팀 미라이는 도쿄대를 나온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출신 안노 다카히로가 이끄는 젊은 정당이다.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재킷 안에 티셔츠를 입는 36세 남성 대표 모습부터 기성 정치 문법을 파괴한다. 미래라는 뜻의 일본어를 당명에 품은 이 당의 당선자 평균 연령은 40.2세. 지난해 창당 직후 참의원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 2%를 넘겨 법적으로 정당 요건을 충족하더니, 대번에 주요 정당 지위를 꿰찼다.

팀 미라이는 AI를 활용해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고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한다. 자녀가 많을수록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육아 감세’ 공약도 호응을 얻었다. 다른 모든 정당이 ‘소비세 감세’를 약속할 때, 사회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이 저소득층과 현역세대(15∼64세)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안노 대표는 당 정체성에 대해 “우도 좌도 아닌, 미래를 보는 정당”이라고 설명한다.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 역시 ‘우도 좌도 아닌’ 중도를 내걸었지만, 보·혁 대결이라는 뻔한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폭망’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 데뷔전에서도 팀 미라이는 정쟁을 벌이는 대신 총리에게 ‘AI 발전에 따른 실업 문제’ 대책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팀 미라이는 소비세 감세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출범한 초당파적 국민회의에도 참여했다. 각종 이유로 참가를 보류한 다른 야당들과 달리 협의체에 들어가 당당히 반대 의견을 내겠다는 태도다.

11석의 다윗이 316석 골리앗과 맞서 과연 어떤 역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령 유권자에 편향된 일본 ‘실버 민주주의’에 균열을 내고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청년 정치마저 양당제에 포섭된 나라 출신으로서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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