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패 교체라는 흥미로운 실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1월에 900여명 직원의 직함에서 국장, 과장, 팀장 같은 직급을 없애고 ‘님’자를 붙였다고 한다. 상급자에 순응하는 ‘예스맨’ 관료 문화를 탈피하려는 좋은 시도로 보인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포함하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으로 여겨져서다.
이 시도는 소통(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면 과기부라는 관료 조직이 위계질서에 따르던 소통 체계에 변화를 주려는 모색이다. 관료제는 막스 베버의 고전 조직이론이 설명하듯이 의사결정 권한은 지위에 따라서 분배되고, 의사소통은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특성을 띤다. 그러나 수직적 구조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효율적인 정보 흐름과 교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다(‘The function of human communication in organization’, Tompkin).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변화하는 조직 내외의 환경에 대처하여 조직의 업무 조정과 문제 해결 및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정보 이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체제이다. 조직을 고정된 명칭이나 구성원 개인의 단순한 합산으로 보지 않고 정보의 결합체로 보고, 구성원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 결합한 정보공동체로 이해하는 조직이론의 경향에도 부합한다. 수평적 구조에서는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수직적 상의하달(top-down)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르게 현장의 목소리를 신속하게 아래에서 위로 전하는 하의상달(bottom-up) 커뮤니케이션이 잘 작동될 수 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토론의 활성화, 정보활동 참여 확대, 소통 친화 문화를 통해 조직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의 목표 달성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이론이 없다.
전형적인 관료 조직인 정부 부처에서 시도하는 수평적 소통 모색은 신선하다. 그러나 단순한 명패 교체로 기대하는 효과가 자동적으로 따라 오는 건 아니다. 적지 않은 기업에서 시도했던 호칭 변경이 부서 간, 직급 간의 벽을 깨는 데에 이르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허례허식의 형식적인 수직적 소통에서 벗어나 수평적 소통의 철저한 실행일 것이다. 조직문화에 존재하는 ‘보이는 벽’과 ‘보이지 않는 벽’을 함께 허무는 길라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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