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유엔이 지정한 제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 1만5000여명이 뉴욕의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조 결성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 리더의 활약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성적표는 이 기념일이 아직도 ‘성찰의 시간’이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한국은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임금 격차’ 통계에 포함된 때부터 2024년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최악의 성별 임금 차별 국가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4년 기준 29%로, OECD 회원국 평균 11.3%(2023년 기준)의 2.6배다. 국내 상장기업에서 여성 직원이 임원으로 선임되는 비율도 고작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직원의 임원 선임 비율(1.6%)의 4분의 1에 그쳐, 여전히 ‘유리 천장’의 두께를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 경력 단절의 공포가 국가적 재난인 저출생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실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구조적 혁신 없는 대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여성 인권의 위기는 비단 경제·정치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한국여성의전화 분석에 따르면, 약 2.7일에 한 명꼴로 여성이 남성 파트너에 의해 피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 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타깃 역시 압도적으로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 공론화 대신, 극단의 혐오가 충돌하는 ‘젠더 갈등’의 늪에서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성평등 국가로 거듭나도록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현장에서 체감되는 ‘실질적 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평등은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이 아니다. 공동 번영 전략이다. 기업은 유연한 근로 문화를 정착시켜 여성의 경력 유지를 돕고,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성평등을 보편적 인권과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핵심 가치로 상정하고 입법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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