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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야, 이제 내 카드 써!” 0원에서 70억…장항준의 ‘생존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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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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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남편인 줄 알았지?”…2190일 사투 끝에 낚아챈 ‘진짜 이름값’

“은희야, 이제 내 카드 써! 살다 보니 진짜 이런 날도 오네요.”

 

특유의 해맑은 표정으로 ‘신이 내린 꿀팔자’를 자처하던 장항준 감독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누적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하며 2024년 최고 흥행작 ‘파묘’의 기록까지 갈아치운 직후였다.

 

하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건 ‘1400만’이라는 숫자보다, 6년의 무명과 연출료 ‘0원’의 긴 터널을 뚫고 그가 손에 쥔 ‘70억원의 생존 영수증’이다. 아내의 카드 뒤에 숨은 럭키 가이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번엔 누구의 남편도 아닌 ‘연출자 장항준’의 진짜 이름값을 세상 앞에 거침없이 증명해 보였다. 6년, 자그마치 2190일의 침묵 끝에 낚아챈 이 날선 영수증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이제 제 카드로 긁습니다” 2190일의 침묵 끝에 70억원 ‘생존 영수증’을 손에 쥔 장항준 감독.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제 제 카드로 긁습니다” 2190일의 침묵 끝에 70억원 ‘생존 영수증’을 손에 쥔 장항준 감독. 세계일보 자료사진

 

■ “성공한 말티즈”의 엄살?​ 예상 인센티브만 70억

업계의 계산기는 이미 과열을 넘어 폭주 상태다. ‘왕사남’의 손익분기점(BEP)은 고작 260만명.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한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겨 순수익만 뽑아내는 관객이 무려 1140만명에 달한다. 

 

천만 감독들의 관례인 러닝 개런티(관객당 성과급)를 적용하면 장 감독이 챙길 인센티브는 각종 부가 수익을 포함해 최소 35억원에서 최대 70억원까지 치솟는다. 기본 연출료를 제외하더라도 단일 프로젝트로 7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현찰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정작 본인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특유의 깐족을 잊지 않는다. 최근 유튜브 ‘비보티비’에서 그는 “대박 날 줄 모르고 지분을 조금만 걸었다. 크게 걸었으면 송은이 사옥 앞에 건물 하나 사주는 건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대중은 안다. 이 유쾌한 엄살이 지난 6년간의 모진 불운을 털어내는 해학이자, 기적 같은 반전을 일궈낸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을. 

1400만 관객이 만들어낸 ‘광활한 수익 구간’. 장항준의 치밀한 설계와 유해진의 진정성이 만나 탄생시킨 70억원의 생존 영수증. 영화 스틸컷
1400만 관객이 만들어낸 ‘광활한 수익 구간’. 장항준의 치밀한 설계와 유해진의 진정성이 만나 탄생시킨 70억원의 생존 영수증. 영화 스틸컷

 

■ ‘김은희 남편’ 조롱 견뎌낸 2190일의 지독한 버티기

이번 성공은 결코 운빨이 아니다. 대중이 그를 ‘아내 잘 만나 노는 감독’으로 소비할 때, 그는 냉혹한 파산 위기와 연출가적 슬럼프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2017년 영화 ‘기억의 밤’ 이후 무려 6년. 차기작은 번번이 엎어졌고 기획안은 먼지만 쌓여갔다. 

 

“아내(김은희 작가) 수입으로 연명한다”는 웃픈 자학은 사실 연출가로서의 사망 선고를 견디기 위한 눈물겨운 정신 승리였다. 아내가 ‘킹덤’으로 세계를 제패하며 회당 수억원을 벌어들일 때 그는 연출료 ‘0원’인 날들을 2190일이나 버텼다. 신혼 시절 쌀이 없어 눈물 젖은 라면을 나눠 먹던 가난은 추억이 됐지만 성공한 아내 곁에서 무능한 감독으로 박제되는 공포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지금의 70억원은 그 막막한 무력감을 뚫고 나온 ‘생존의 영수증’이다.

 

■ 유해진의 ‘국사책 얼굴’과 260만의 도박

이 기적 같은 흥행 뒤엔 장항준의 치밀한 장사 수완이 있었다. 100억원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260만명으로 묶어낸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S급 스타 유해진을 기용하면서도 불필요한 마케팅 거품을 걷어내고 ‘입소문’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유해진은 국사책을 찢고 나온 얼굴”이라며 치켜세우던 그의 안목은 무섭게 적중했다. 유해진의 진정성과 유지태, 전미도 등 조연들의 열연이 ‘N차 관람’ 열풍을 일으켰고, 이는 1400만명이라는 광활한 데이터적 승리로 이어졌다. 

 

이 믿기지 않는 질주에 ‘찐친’ 윤종신은 “항준이는 이 정도급이 아닌데…얼마나 가나 보자”며 특유의 질투 섞인 축하를 보냈다. 물론 그 농담 속엔 가난했던 시절 쌀 한 톨 아껴가며 예술을 논하던 친구의 부활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장항준이 낚아챈 ‘국사책 얼굴’의 마법. 유해진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저예산 마케팅의 한계를 뚫고 1400만 흥행의 엔진이 됐다. 영화 비하인드컷
장항준이 낚아챈 ‘국사책 얼굴’의 마법. 유해진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저예산 마케팅의 한계를 뚫고 1400만 흥행의 엔진이 됐다. 영화 비하인드컷

 

■ 말티즈는 이제 사냥을 나간다

이제 장항준을 보고 단순히 ‘운 좋은 놈’이라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자본주의의 가장 냉혹한 지표인 ‘숫자’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70억원에 달하는 보너스 성과급은 그가 더 이상 누군가의 남편이나 입담 좋은 방송인이 아닌 시장을 흔드는 ‘A급 연출자’임을 알리는 당당한 선언문이다.

‘관리받는 말티즈’는 잊어라. 스스로 판을 깔고 1400만 관객을 물어온 ‘영리한 사냥개’ 장항준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받는 말티즈’는 잊어라. 스스로 판을 깔고 1400만 관객을 물어온 ‘영리한 사냥개’ 장항준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팬들 사이에서 그는 ‘눈물자국 관리받는 성공한 말티즈’로 불린다.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걱정 없이 사는 강아지 같다는 장난스러운 애칭이다. 하지만 이번 흥행으로 그는 증명했다. 자신은 관리받는 말티즈를 넘어 스스로 판을 깔고 1400만 관객을 물어오는 ‘영리한 사냥개’였음을 말이다.

 

6년 전, 텅 빈 통장을 보며 “나중에 다 갚을게”라던 그의 호기로운 약속은 이제 대한민국 영화사(史)에 기록될 흥행 실화가 됐다. 아내에게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며 “이제 내 거 써”라고 말하는 장항준. 그의 뒷모습에선 더 이상 ‘보호받는 말티즈’가 아닌 1400만 관객을 책임지는 중견 연출가의 기분 좋은 기개가 묻어난다. ‘신이 내린 꿀팔자’ 뒤에 숨겨진 그의 진짜 전성기는 이제 막 새로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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