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미안… 육아 힘들다” 유서
일용직 전전하다 최근엔 무직
복지관리 대상… 생계비 등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은 거부
교사가 무단결석 두 차례 신고
위기신호 포착에도 비극 못 막아
울산 울주군의 한 주택가 골목. 장모(78)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장씨의 집이 있는 골목 한 빌라에선 미성년 자녀 4명을 포함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 아빠와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서….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 몹쓸 일을”이라며 말을 흐렸다. 일가족이 사망한 빌라 출입문 옆 우체통에는 등기우편 도착을 알리는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19일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48분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A씨와 그의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자녀들은 딸 셋과 아들 하나다. 첫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9년생이며, 둘째와 셋째는 2021년생, 2023년생으로 아직 취학 전이다. 막내는 지난해 10월 태어나 현재 생후 5개월이다. 이들은 모두 안방에서 발견됐고 방 안에는 번개탄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햄버거 등 먹다 남은 음식물도 일부 있었다. 경찰은 검안 결과를 토대로 지난 16일 오후 9시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부족한 사람을 만나게 해 미안하다”, “아이 넷을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배우자는 개인 사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함께 거주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A씨 가족은 오랜 기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페인트 작업이나 배달 등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현재는 무직이다. 최근엔 건강보험료 역시 체납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이달 9일까지 인근 편의점에서 가져간 과자와 라면 같은 생필품 외상이 17만원 정도 된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가정은 지난해 2월부터 ‘복지 사례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긴급 생계 및 주거 지원 명목으로 3개월 동안 약 805만원을 지원받았다. 쌀, 컵라면, 화장지 등 생필품도 지원받았다. 또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으로 매달 약 140만원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달 초 방문해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지만 A씨가 이를 거절했다”며 “법적으로는 본인의 신청 의사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위험 신호는 교육당국과 경찰을 통해 이미 포착된 바 있다. 첫 신고는 지난 1월5일로, 첫째 아이의 학교 교사가 “예비소집일에 나오지 않고 보호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다만 당시에는 학교 측 연락처 입력 오류로 인해 보호자와의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보호자가 학교 방문 의사를 밝히며 상황은 정리됐다.
이어 이달 6일엔 첫째 담임교사가 아이가 나흘째 무단결석하고 있다며 다시 신고했다. 경찰과 울주군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함께 현장을 확인했으나 아이들의 몸에서 멍이나 상처 등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옷차림이나 표정 역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의 사망 사실 역시 담임교사의 신고로 확인됐다. 최근 3일간 결석이 이어지자 담임교사가 집을 찾았고, 문이 잠겨 있자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가족 모두가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과 신고가 아니었다면 상황이 장기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유족 진술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보편적 시청권’ 논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8/128/20260318519814.jpg
)
![[세계포럼] 슬기로운 오일쇼크 대처법](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1/128/20260211519179.jpg
)
![[세계타워] ‘청년 노무현’ 이용하는 진보진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1/128/20260121519228.jpg
)
![[김형배의공정과효율] 가격지정인하명령, 득보다 실이 많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8/128/20260318519657.jpg
)





![[포토] 홍은채 '완벽한 비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300/20260319512224.jpg
)
![[포토] 정소민 '하트 여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300/20260319512160.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