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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공장서 신약 허브로… 美 넘보는 中 ‘바이오 굴기’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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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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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약산업 글로벌 혁신 가속

임상 점유율 10년 새 4%→30%↑
美는 46%→33% 급락… 추격 허용
임상 빠르고 비용 최대 50% 저렴

美, 中 부당지원·정책 조사 예고 속
국산 바이오 되레 몸값 치솟아
“서구, 틈새시장 장악 中 외면 못해”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과거의 단순 제품 복제(카피캣) 단계를 벗어나 글로벌 혁신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신약 개발 패권의 턱밑까지 추격하며 ‘바이오 굴기’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중국 정부의 부당 지원과 가격 정책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지시하며 전방위적인 무역 장벽을 쌓아 올리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바이오 자산의 몸값은 오히려 치솟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전 세계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추월하는 중국의 혁신 가속도

2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제약협회는 지난 4일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최혜국 약가 인하와 같은 정책이 중국의 바이오제약 혁신 글로벌 리더십을 촉진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40여년간 세계 바이오제약 연구와 제조를 독점해온 미국의 리더십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혁신 신약 임상시험 점유율의 변화는 파격적이다. 미국제약협회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의 분석 결과 미국 기업의 혁신 신약 임상시험 점유율은 2015년 46%에서 2025년 33%로 1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4%에서 30%로 수직 상승하며 미국과의 격차를 3%포인트로 좁혔다. 사실상 양국이 글로벌 임상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성장세는 속도와 비용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기반한다. 중국 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임상시험 완료 속도는 미국보다 50% 이상 빠르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임상 1상 단계는 미국보다 평균 7개월가량 앞서 나가며, 모든 적응증을 통틀어 최대 53% 더 빠른 진행 속도를 보였다. 비용 측면에서도 미국 대비 임상 1상은 30~50%, 임상 2상은 15~30%가량 저렴해 효율성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암 질환 분야의 경우 미국의 임상 1상 비용이 평균 1050만달러(약 156억4000만원)에 달할 때 중국은 550만달러(약 81억9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며, 임상 2상 역시 미국은 2550만달러가 소요되지만 중국은 1640만달러면 충분하다.

개발 단계에 있는 ‘최초 혁신 신약’(First in Class·FIC) 파이프라인의 양적 팽창도 두드러진다. 미국의 FIC 파이프라인이 2020년 1736개에서 2025년 3459개로 2배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152개에서 484개로 3.2배 늘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비교하면 미국은 15% 수준이지만 중국은 26%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 FIC 파이프라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2%에서 2027년 최대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허가 건수 또한 미국이 1.5배 증가할 때 중국은 2.6배 늘어났으며, 연평균 증가율 역시 미국(9%)에 비해 중국(21%)이 압도적이다.

2020년 2월 중국 장쑤성 난퉁시의 한 제약회사에서 직원이 의약품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중국 제약 산업, 특히 신약 개발은 속도와 비용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20년 2월 중국 장쑤성 난퉁시의 한 제약회사에서 직원이 의약품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중국 제약 산업, 특히 신약 개발은 속도와 비용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구 제약사들 중국산 IP에 러브콜

미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가치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구 바이오 기업과 중국 기업 간 라이선스 계약의 평균 선불 금액은 2022년 5200만달러에서 2026년 2월 현재 1억7200만달러로 약 230% 폭등했다.

중국 바이오테크 제품의 해외 라이선스 계약 건수 역시 2022년 42건에서 2025년 93건으로 12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이들 계약의 총 선불 가치는 2022년 11억달러에서 지난해 56억달러로 약 400% 이상 급증했다. 특히 2025년 전 세계 라이선스 거래 가치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48%를 차지해 미국(29%)과 유럽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최대의 혁신 허브로 우뚝 섰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미국의 점유율이 46%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주도권이 중국으로 급격히 넘어간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특정 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독보적인 틈새시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항체-약물 접합체(ADC) 임상시험의 51%, 이중특이항체 임상 프로젝트의 48%를 중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중국이 글로벌 바이오제약 파이프라인의 약 30%를 차지하는 확립된 혁신 허브가 되었다고 평가하며, 특정 분야에서 지배적인 틈새시장을 구축한 중국을 투자자들이 배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구 기업들이 생물보안법 등 강력한 규제 리스크를 안고서도 중국산 후보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선불금을 지불하는 배경이다.

◆美 당국, 고강도 조사 착수

중국의 기술 공세에 맞서 미국 정부는 단순한 인적 교류 차단을 넘어 강력한 경제적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지난달 26일 중국 정부의 자국 바이오 기업 지원 및 가격 관행에 대한 일반 사실 확인 조사에 착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상원 세출위원회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중국의 보조금과 비정상적인 가격 정책이 미국 바이오산업의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진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USITC는 유전체 시퀀싱, 합성생물학, 활성의약품성분(API) 제조 등 핵심 바이오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4월 신흥 바이오 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가 권고한 ‘중국 바이오 제품 및 서비스의 덤핑 및 과잉 공급 조사’ 요구의 후속 조치다. 당시 NSCEB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비공개 보조금을 바탕으로 저렴한 상품을 전 세계 시장에 쏟아내 핵심 산업의 통제권을 확보하려 한다고 경고하며, 특히 베이징 게놈 연구소(BGI)와 MGI 테크의 성장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이들 기업은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성장 자금을 조달해 외국 경쟁자들의 유전체 시퀀싱 시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USITC는 5월27일부터 이틀간 공개 청문회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22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만약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의 시장 왜곡 행위가 입증될 경우, 미국 정부는 반덤핑 관세나 상계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 바이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무력화하는 무역 장벽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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