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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키려던 장모, 사위 폭행에 주검으로…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전말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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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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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폭력 피해 딸 보호하려 함께 생활
2월부터 장모에게도 폭행 이어져
장시간 폭행 끝 사망…시신 캐리어에 담아 유기

대구에서 발생한 ‘여행용 가방(캐리어) 시신’ 사건의 전말은 피해자인 50대 여성이 20대 사위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 부부의 비좁은 원룸에서 함께 생활해 오다 결국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모친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딸도 사위의 보복을 두려워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제때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사위(왼쪽)와 시체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지난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사위(왼쪽)와 시체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지난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결국 사위의 폭력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딸의 방패막이가 됐던 모친은 끝내 숨을 거뒀다. 가족이라는 폐쇄적인 울타리 안에서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피해자들이 마주한 비극적인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5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사위 조모(27)씨가 피해자인 장모 A(54)씨를 손과 발 등으로 폭행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초부터다. 당시 A씨는 딸 최모(26)씨가 지난해 9월 혼인 신고를 한 직후부터 남편에게서 폭력을 당하자 이를 보호하려는 이유로 대구 중구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한 뒤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사위 조씨는 이사 당일 이삿짐 정리 문제로 갈등이 생겨 처음 장모를 때렸다. 그는 “이삿짐 정리를 빨리 안 한다”, “집안에서 시끄럽게 군다”, “물건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등 갖은 꼬투리를 잡으며 장모에게 폭행을 일삼았다. 이후 여러 차례 폭행에도 딸 최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모친에게 집을 떠나라고만 했다. 경찰은 “딸이 남편을 말리다가 본인도 함께 맞거나, 벗어나지 못하도록 협박받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피해자는 지난달 18일 조씨의 장시간 폭행 끝에 사망했다. 생전에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로 경찰에 신고한 이력은 없었다. 경찰 부검 결과 A씨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추정됐다. 사망 사고 발생 당일 조씨는 사건 은폐를 위해 여행용 가방에 장모 시신을 마구잡이로 구겨 넣고 아내 최씨와 함께 도보로 10∼20분 거리에 있는 북구 칠성동 신천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18일 20대 딸 부부가 50대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중구 주거지에서 신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대구=연합뉴스
지난달 18일 20대 딸 부부가 50대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중구 주거지에서 신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대구=연합뉴스

이들 부부가 시신 부피를 줄이기 위해 흉기 등을 사용해 혈액을 빼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씨 부부가 A씨 사망 뒤 1시간여만에 신천에 내다 버린 시신이 든 캐리어는 지난달 31일 유기 장소에서 약 100m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됐다. 조씨는 범행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아내의 일상을 제한하기도 했다. 그는“"범행 사실을 경찰 등에 신고하지 말라”, “연락이 오면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약 2주간 외출 시 항상 동행하는 등 감시를 이어갔다.

 

최씨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최씨가 남편으로부터 장기간 가스라이팅(심리적인 지배)을 당해 잦은 폭행이나 모친이 숨졌는데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찰은 조씨에게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를, 최씨는 시체유기 혐의만 적용해 모두 구속했다. 경찰은 이르면 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친족 대상 범죄는 살인이라는 극단적 폭력으로 발전하기 전 가정 내 폭력이 일어날 때부터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우석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경찰이 관련 법률에 따라 가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 지자체, 경찰이 함께 형법적 측면보단 가정 내 근원적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도 제도 보완을 주문하고 있다. 장세훈 법무법인 더프라임 변호사는 “가해자를 특정하고 처벌하는 사후적 접근이 아닌 폭력 환경 자체를 감지해 피해자를 우선 격리 보호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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