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기본계획은 발표조차 못해
지향점 없기에 정책 일관성 부재
미래 가치 세워 국민 혼란 막아야
출산율은 정책 목표로 자주 등장한다. 1960~1980년대,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출산 억제 목표를 설정했다. 1970년대에는 합계출산율을 3명 수준으로 낮추고, 이후 2명대 초반까지 안정시키려 했다. 당시 인구정책의 방향은 분명했다. 목표가 있었고, 정책은 그에 맞춰 움직였다.
1997년 인구증가억제정책이 폐지되면서 정책은 ‘억제’에서 ‘자질 향상’으로 전환됐지만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출산율은 이미 1.6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으나 정책은 이를 바꾸기보다 관리하는 데 머물렀다.
저출산이 본격적인 정책 의제가 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5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약 1.6을 목표로 삼았고, 이후 제3차 기본계획에서는 목표가 1.5로 낮아졌다.
이 흐름은 2010년대 후반 다시 흔들린다. 출산율 목표 설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책은 출산율 목표에서 ‘삶의 질’이라는 가치로 이동했다. 문제 제기 자체는 타당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인구구조와 사회 설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후 정책은 다시 숫자로 회귀한다. 2024년 정부는 2030년 출산율 1.0을 제시했다. 목표 설정을 비판하던 정책이 다시 수치를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이는 방향의 전환이라기보다 접근 방식의 반복에 가깝다.
결혼과 출산은 단기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기대 위에서 이루어진다. 호주 인구학자 피터 맥도널드는 저출산의 원인을 ‘제도 간 불일치’에서 찾았다. 이 점에서 보면 한국의 인구정책은 서로 다른 신호를 반복해 왔다. 어느 시기에는 출산을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고, 어느 시기에는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간주했으며, 또 어느 시기에는 출산보다 삶의 질을 앞세웠다. 그리고 다시 낮은 수준의 출산율 목표를 제시해 왔다. 기준이 바뀔 때마다 출산의 의미 역시 함께 흔들린다.
최근 출산율은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유의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은 이러한 불확실한 단기 변화를 방향 설정의 근거처럼 활용한다. 문제는 수치의 상승이나 하락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기준과 일관된 정책 방향의 부재다. 더욱이 제5차 기본계획은 2026년부터 시작되어야 하나 아직 발표조차 되지 않았다. 이 공백 속에서 정책이 다시 목표치를 재설정할지, 혹은 가치 담론으로 이동할지조차 불확실하다. 결과적으로 정책 신호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하나로 수렴된다. 지금의 인구정책은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준 없이 흔들리고 있다. 출산율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다시 제시하는 과정이 반복되지만, 그 어느 시점에서도 일관된 논리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출산율의 높고 낮음이 아니다. 국가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다. 인구정책은 노동, 복지, 주거,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관된 방향이 요구된다.
이제 정책은 선택해야 한다. 국가가 유지하려는 인구 재생산의 수준을 분명히 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감소는 다른 수단으로 감당하겠다는 현실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 출산은 대체될 수 없지만 모든 인구 변화를 출산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역할의 구분이다. 어디까지는 출생으로 지탱하고, 그 이후는 기술과 이민, 노동시장 조정을 통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지금의 인구정책은 수치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다. 수치를 말할 때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가치를 말할 때는 구체성이 부족하다. 그 결과 정책의 방향은 흐려지고 국민에게는 혼란이 남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목표치가 아니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다. 그리고 그 선언은 정권에 따라 바뀌는 목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기준이어야 한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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