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은 핵심지와 외곽 지역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일보는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서울 용산구 본사 사옥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개를 걷어낼 실질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전문가 3인을 초청해 대담을 진행했다.
◆ 상반기 시장 진단… “매물 잠김 트라우마와 키 맞추기”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시장을 ‘트라우마가 남긴 정책’과 ‘비자발적 매수’가 혼재된 상황으로 정의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 정부는 과거 양도세 중과 부활로 매물이 꽁꽁 잠기면서 집값이 급등했던 경험에 대해 분명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신축 공급이 불가한 상황에서 매물 출회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서울과 외곽 지역 간의 가격 격차를 줄여가는 ‘키 맞추기’라고 정의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2억 원대에 육박하며 임계점에 달했다”며 “서울 중심부의 높은 가격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외곽으로 눈을 돌리며 해당 지역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5월 9일 이후 전망… “관망세 속 증여 비중 증가”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의 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증여’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 변호사는 실무 현장에서 매도 대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증여 상담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주요 변화로 꼽았다. 그는 “현실적으로 자녀가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부모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는 동시에 자녀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일찍 열어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 역시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까지 매물은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위원은 “종부세 중과 대상이 되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도 노력을 지속하겠지만, 매수 역시 이미 당겨서 이뤄진 측면이 크다”며 “전반적인 거래는 소강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월급 절반이 원리금으로”… 7% 고금리가 부른 거래 절벽
금융 부담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 위원은 유가 급등과 금리 인하 지연 등 대외 변수가 심리적 요인을 포함해 가격 하락 압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선이 이미 7%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6억 원을 대출받아 7% 금리를 적용하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만 약 400만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보유세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주택 구입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심 위원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서울 기준으로 월세가 소득의 30~40% 수준까지 빠르게 올라가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3000세대에 매물 단 1개뿐”… 전세 씨 마르자 비자발적 매수 폭발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핵심 변수다. 심 위원은 현재 전세 시장을 “3000세대에 매물이 한두 개뿐일 정도로 씨가 마른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매매 매물 부족이 가격을 올렸다면, 이제는 전세 부족이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변했다는 것이다.
양 위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 21일 기준 서울 전월세 물량은 약 2만 9000건으로 지난 1월과 비교해 불과 몇 달 만에 33%가 감소했다. 양 위원은 “전세를 찾다 지친 세입자들이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집을 사는 비자발적 매수가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서대문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최근 몇 달 사이 3억 원 이상 급등한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복잡한 규제 지뢰밭, 공부만이 살길”
실수요자들을 향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신중함’과 ‘공부’로 귀결됐다. 김 변호사는 초기 재개발(빌라) 투자의 장밋빛 환상을 경계하며 “성공률이 10~20%에 불과하고 입주까지 15~20년이 걸리는 장기전이므로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규제가 주택 유형과 사업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지적했다. 그는 “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매수했다가는 현금 청산 대상이 되거나 계약이 무효가 되는 치명적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심 위원은 “자금 조달 계획만큼이나 자금 상환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금리 상황에서의 상환 능력을 최우선 순위에 두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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