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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아마존까지…아이 원트 油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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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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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전쟁에 신음하는 지구

북해 등 석유 매장량 상당 소진
중동전에 위기… 미개척지 주목
美, 알래스카 동토층 시추 추진
아마존강 일대도 석유개발 활발

AI·전기차 대전환… 광물 수요↑
적도선 희토류·리튬 채굴 한창
“생태계·기후시스템 붕괴” 우려
신재생 에너지 필요성도 커져

2020년대 들어 전 세계인들은 시시각각으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 중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생활 속 깊숙하게 들어오고, 전기차가 일상화되는 등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더욱 가치가 커진 것이 자원이다. 대전환을 위해서는 신기술의 재료가 되는 광물 자원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여전히 주요 에너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석유와 희토류뿐 아니라 리튬 등 차세대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전세계적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치열한 경쟁 속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새롭게 자원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들 상당수가 지구 환경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지역들인 탓이다. 지구가 자원 채굴이라는 격렬한 스트레스를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다.

 

◆신음하는 지구의 ‘급소’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영국, 스웨덴 공동연구진은 2022년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지구 기후시스템을 지탱하는 16개의 지역을 제시했다. 남극대륙과 북극 겨울 바다얼음,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MOC), 아한대 영구동토층, 아마존 열대우림 등 기후시스템 전반에 전지구적, 혹은 지역적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 총 망라됐다. 어느 한 곳만 ‘고장’ 나더라도 대규모 기후 재앙이 일어날 수 있는, 그야말로 ‘급소’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 중 상당수에서 자원개발이 진행, 혹은 추진 중이다. 특히, 북극권은 최근 차세대 석유개발 중심지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온난화로 이들 지역의 두꺼운 얼음이 녹아내리며 개발 난도가 낮아졌고, 이에 더 활발하게 석유 탐사와 개발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신규 석유개발을 추진 중인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 확대를 통한 원유 증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지역으로 이곳을 지목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알래스카의 북극 국립야생보호구역(ANWR) 내 해안 평야 전 지역에 대한 석유·가스 개발을 허용함으로써 이 지역 석유개발의 ‘빗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해도 신규 석유개발이 한창 논의되는 곳이다. 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가스 회사인 에퀴노르가 바렌츠해에서 대형 해상 유전 개발 프로젝트인 위스팅 유전 개발사업을 한창 추진 중이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과 러시아 북부 한대림에는 이 지역을 관통하는 거대한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이 건설되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정보기술(IT) 시대 도래 이후 중요성이 크게 확대된 희토류가 대규모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란드 탄브리즈에 대규모 희토류 광산 개발이 추진 중으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합병하겠다고 나선 것도 안보 외에 희토류의 존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울창한 숲으로 ‘지구의 허파’라고까지 불려온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도 자원개발 열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삼림 파괴, 원유 유출로 인한 환경 파괴, 원주민 생존권 위협 등 심각한 환경·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에도 아마존강 하구를 중심으로 석유 탐사 및 유전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브라질 아마존강 지류인 마데이라강 유역은 대규모 지하 칼륨 광산 프로젝트 대상 지역이다.

적도 아래쪽 지역에는 리튬, 희토류, 구리, 우라늄 등 핵심 주요 광물들의 채굴과 개발 추진, 탐사가 한창이다. 남미 안데스 산맥은 배터리 산업의 핵심 자원인 리튬의 최대 생산지로 대규모 구리 광산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 지역은 차드와 니제르 등에서 석유개발이 추진 중이고, 한동안 중단됐던 니제르의 우라늄 생산도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남태평양은 희토류와 망간 등 광물 자원의 심해 채굴을 위한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원개발 열풍 속 지구 시스템 훼손 ↑

 

100여년 이상 이어져 온 석유 중심 경제 속 개발이 쉬운 유전이 점점 소진되며, 결국 북극의 동토와 남미, 아프리카 열대우림까지 자원개발의 대상이 됐다. 전통적 석유 생산지 중 유럽 북해의 경우 이미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줄었고,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석유 증산을 선도했던 미국의 셰일 오일 산업도 한계에 봉착했다. 중동의 경우 아직 한 세대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역시 고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석유 업계가 미개척, 미개발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희토류 등 광물의 경우 AI 등 IT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수요 증가까지 겹쳤다. AI, 전기차 등 미래를 선도할 신기술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들 광물이 대규모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 경제경영대학교 생태경제연구소와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공동연구팀이 1970∼2022년 47개 금속 광석을 대상으로 원자재등가물(RME) 수치를 분석한 결과 1970년 27억t에서 2022년 약 94억t으로 거의 4배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RME란 무역 흐름에 포함돼 최종 소비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 원광석의 양을 뜻하는 개념으로, 그만큼 산업 생산에 광물 활용이 대폭 늘었다는 뜻이다.

 

이런 자원개발은 고스란히 지역 생태계와 기후시스템의 위기로 연결된다. 채굴과 광물 생산 등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산림 벌채, 동물서식지 파괴 등이 생태와 기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아마존강 유역이나 북극 등의 경우 그 여파가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미칠 수 있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말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강 하구 지역 석유 탐사를 허가하는 움직임에 대해 “이미 아마존 열대우림이 기후 위기 영향으로 사바나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해당 결정이 아마존을 넘어 지구 기후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북극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미국 알래스카 지역 환경단체인 알래스카 와일더니스리그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 지역 석유 시추 허가에 “이번 결정은 지구상에서 생태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관 중 하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쟁, 에너지 재편… 파괴 가속화될라

 

지난 2월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은 자원 경쟁을 더욱 가속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영향 등으로 유가가 폭등하며 전세계 경제가 순식간에 위기 속으로 흘러들어 간 탓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 “이번 분쟁은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며 “걸프 지역 석유·가스 공급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는 기존 에너지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석유수입 경로 다변화 필요성이 증가하고, 이는 그동안 개발이 미진했던 북극이나 남미 등의 석유개발을 활성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엑손 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아프리카, 남미 등 새로운 에너지 생산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전쟁 영향 속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해 유럽연합(EU)이 북극권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오다카 마사노리 애널리스트는 “봉쇄가 길어질수록 액화천연가스(LNG) 등 유가는 상승하고 시장 수급은 더 빡빡해져 수요 파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상황이 지속할수록 구조적인 변화로 굳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석유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재생에너지 확보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 데이비드 월리스웰스는 “이란 전쟁은 화석연료 의존이 국가 안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입증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광물 자원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지진과 화산폭발 급증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국제 유발지진 데이터베이스가 19세기 말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발생했던 유발지진(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받아 발생한 지진)의 원인을 추정해 분석한 결과 셰일 오일 채굴을 위한 지층의 수압파쇄가 31%, 광산 개발이 25%, 전통적 석유 및 가스 채굴이 11%로 자원개발 관련 요인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빌 맥과이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지구물리학 교수는 “단층이 파열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악수만 해도 쉽게 터질 수 있다”면서 “급속하고 가속화되는 기후 붕괴와 관련된 환경 변화가 쉽게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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