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1.7%(전분기 대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고 한국은행의 예상치 0.9%의 두 배에 가까운 깜짝 성장이다. 반도체가 인공지능(AI)발 수요급증에 편승, 초호황 흐름을 이어간 데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2%)에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자축하기엔 이르다. 2분기에는 중동 전쟁 충격이 반영돼 저성장·고물가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중 52조원대 매출액과 37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이 꿈의 숫자라 불리는 ‘70%’를 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앞서 삼성전자도 57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추세라면 두 기업의 올해 합산이익이 50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마냥 이어질 리 만무하다. ‘미스터 반도체’ 진대제 전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 가격상승이 다른 정보기술(IT) 산업에는 (비용상승으로) 비극이 될 수 있다.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이런 판에 삼성전자 노조는 무려 45조원의 성과급을 주지 않으면 다음 달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우리 경제의 허약한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분기 성장률은 반도체를 빼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고 민간소비도 0.5% 증가에 그친다. 기업·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내수·체감경기도 냉골이 가득하다. 와중에 중동발 고유가 충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년 만에 ‘비관’으로 돌아섰다. 주요 경기지표는 온통 빨간불이고 산업현장에서는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는 비명이 터져 나온 지 오래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1분기 성장이)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자본시장 활성화 등 정책효과도 기여했다”고 했다. 자화자찬하기보다는 중동발 에너지 쇼크 탓에 커지는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한은은 재정·통화정책의 정교한 조합으로 금융·경제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구조개혁과 체질개선도 병행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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