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계에서는 신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환자에게 더 빠르고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약제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특히 ‘시간’이 생명을 좌우하는 응급 질환 영역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의미가 더욱 크다. 뇌졸중 치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치료 틀 안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하며, 치료의 속도와 방식 모두에서 한 걸음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하는 뇌졸중의 80%는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이다.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뚫어 주느냐에 따라 생존과 회복의 방향이 갈린다.
증상 발생 후 4시간30분 이내에 정맥으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치료는 오랫동안 가장 기본이자 핵심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알테플라제(tPA)라는 약제가 있었다. 알테플라제는 수많은 환자의 장애를 줄이고 삶을 지켜 온 중요한 약이지만, 실제 응급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약물의 10%를 먼저 짧게 주입한 뒤, 나머지 90%를 1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까다로운 방식 때문이다. 반감기가 짧아 이렇게 투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투약을 중단해야 하거나, 검사와 평가가 지연되면서 치료 적기를 아슬아슬하게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최근 허혈성 뇌졸중 치료에 새롭게 부상한 약제가 있다. 바로 테넥테플라제. 테넥테플라제는 기존 알테플라제를 바탕으로 한 생명공학적 개량 약물로, 기본적으로 혈전을 녹이는 같은 작용을 하지만, 반감기가 약 17분에서 20분 정도로 길어지고, 혈전 성분에 더 잘 들러붙으면서도 분해를 방해하는 물질에 덜 영향을 받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투약 방식 변화가 눈에 띈다. 1시간 동안 점적 주입을 이어가야 했던 이전과 달리, 테넥테플라제는 5초에서 10초 정도 정맥주사 한 번만으로 투약을 마칠 수 있다.
효과는 어떨까. 여러 임상연구에서 테넥테플라제와 알테플라제를 비교한 결과, 3개월 뒤의 일상생활 기능 회복이나 사망률은 두 약제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효과는 비슷하다”는 결론에 가깝다. 하지만 뇌 안에서 발생하는 전체 출혈의 비율은 테넥테플라제 쪽이 더 낮은 경향을 보여 안전성 측면에서는 한 걸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기대되는 변화도 있다. 테넥테플라제는 단 한 번의 주사로 투약이 끝나기 때문에, 그 이후 검사와 시술 준비, 전원 과정이 훨씬 유연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차이는 병원 간 이송이 필요한 지방·도서 지역 환자나, 여러 검사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대형 응급실에서 특히 더 크게 체감된다. 결과적으로 치료 가능한 시간 안에 더 많은 환자가 약을 맞고, 추가 시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테넥테플라제가 뇌졸중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마법의 약’은 아니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증상이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119를 이용해 뇌졸중센터에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정맥 내 혈전용해제와 막힌 뇌혈관을 직접 기구로 뚫어 주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적절히 병행하는 기존 치료 원칙 또한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테넥테플라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미 승인을 받아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허혈성 뇌졸중 치료를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약물 도입과 사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알테플라제와 테넥테플라제 두 약제 가운데 환자 상태와 치료 환경에 맞는 약제를 선택하는 흐름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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