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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콘텐츠에 중독된 아이들… ‘SNS 디톡스’ 골머리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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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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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우려반 기대반

호주, 16세 미만 차단 의무화 불구
12~15세 70%는 “우회 접속 쉬웠다”
청소년 보호 법안 실효성 논란 지속
학계, 시간 제한·법적 책임 등 촉구

영국, 미성년자 맞춤 광고 중단·제한
6주 간 ‘SNS 없는 10대’ 실험 돌입
가족·학교생활, 수면 영향 등 연구
청소년들 접근 방법도 살펴볼 계획

지난해 12월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수백만개의 계정이 차단됐지만 청소년 SNS 이용 감소와 온라인 위해 감소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호주에 이어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그리스 등에서 유사한 규제를 도입했거나 추진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SNS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세계 각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독일 10대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 중인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 10대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 중인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청소년 계정 차단에도 위해 신고 여전

호주는 지난해 12월1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이 주요 SNS 플랫폼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플랫폼에 의무를 부과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엑스(X) 등 주요 플랫폼이 대상이다. 위반 사례가 적발될 경우 아동이나 부모를 처벌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에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52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법안은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와 온라인 위해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 속에서 추진됐다. 호주 정부가 이를 청소년 보호 조치로 규정하자 야당도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반대론은 의회 다수파로 확장되지 못했다.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024년 11월15∼21일 호주 성인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입법 단계부터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청소년이 성인 계정, 가족 계정, 허위 생년월일, 가상사설망(VPN), 덜 규제된 플랫폼 등을 통해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규제 대상 플랫폼에서 밀려난 청소년이 더 폐쇄적이고 감독이 어려운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초기 집행 결과만 놓고 보면 플랫폼 차원의 조치는 일부 확인됐다. 법안 시행 4개월차인 지난 3월31일 호주 정부의 독립 규제 기관인 온라인안전위원회는 제도 시행 직후 약 470만개의 16세 미만 추정 계정이 삭제·비활성화·접근 제한됐고, 3월에는 30만개 이상의 계정이 추가로 차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치가 곧바로 정책 효과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안전위원회는 현재까지는 정책의 장기적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16세 미만 피해자가 제기한 온라인 위해 신고는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줄지 않았고, 2026년 1∼2월 사이버 괴롭힘 및 이미지 기반 학대 신고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지 여론은 비교적 우호적이었지만 정책 효과를 판단하려면 추가 근거가 필요하고, 현행 제도에 대한 보완 조치도 필요하다는 응답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월12∼14일 호주 성인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16세 미만 SNS 금지가 “지금까지 효과적이었다”고 봤다. 동시에 응답자의 97%는 정책 효과를 판단하려면 더 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추가 조치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95%에 달했다.

16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중 61%는 금지 이후 2∼4개의 긍정적 행동 변화를 봤다고 답했다. 대면 사회활동 증가가 43%, 상호작용 중 집중도 개선과 부모·자녀 관계 개선이 각각 38%였다. 반면 부모 5명 중 2명은 부정적 영향도 경험했다고 전했다. 덜 규제된 대체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는 응답과 디지털 접근 격차가 커졌다는 응답이 각각 27%, 온라인 사회적 연결·창의성·또래 지원이 줄었다는 응답이 25%였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2024년 국회의회의사당에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2024년 국회의회의사당에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청소년 직접 응답 조사에서는 제도의 우회 가능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국 온라인안전 시민단체 몰리 로즈 파운데이션이 호주 청소년 연구기관 유스인사이트에 의뢰해 지난 3월 호주 12∼15세 청소년 1050명을 조사한 결과, 금지 전 제한 플랫폼 계정을 갖고 있던 청소년의 61%가 시행 약 4개월 뒤에도 하나 이상의 활성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체 12∼15세 기준으로도 54%가 제한 플랫폼 활성 계정에 접근이 가능했다. 제한 플랫폼을 계속 쓰는 청소년 중 70%는 금지를 우회하기 쉬웠다고 답했다.

미국 시카고대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해당 연구소가 지난 4월 호주 청소년 746명을 조사한 결과, 금지 대상인 14·15세 중 실제로 금지를 지킨 비율은 약 4명 중 1명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금지 대상 청소년의 75%가 제한 우회가 쉽거나 매우 쉽다고 답했고, 기존 계정이 삭제되지 않은 14·15세도 64%에 달했다고 밝혔다. SNS를 계속 쓰는 이유로는 “친구들이 여전히 플랫폼을 사용해서”라는 응답이 42%, “소외될까 봐”라는 응답이 27%였다.

학계에서는 연령 제한만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 애들레이드대 연구진 등이 지난 2월 의학학술지 랜싯에 게재한 논평을 통해 호주의 연령 제한 정책은 그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고, 연령 제한만으로는 제한적 성공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SNS 플랫폼이 체류시간과 참여 극대화에 맞춰 설계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연령 제한만 둘 경우 청소년 이용자가 유사한 설계를 가진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알고리즘 공개, 청소년 계정의 참여 극대화 알고리즘 기본 적용 금지, 시간제한, 추천 강도 완화, 플랫폼의 법적 책임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플랫폼 내 보호 제도 강화 나선 영국

이런 점에서 영국 사례가 주목된다. 영국은 호주처럼 청소년 SNS 계정 자체를 전면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플랫폼 내부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도입했다. 영국 개인정보감독기구(ICO)는 2024~2025년 SNS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중점 점검 대상으로 삼고, 아동 계정의 기본 공개 범위, 위치정보 기본값, 맞춤형 광고, 추천시스템, 연령확인 조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후 일부 플랫폼은 아동 프로필을 비공개 기본값으로 바꾸거나 위치정보 노출을 줄이고,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를 중단·제한했다.

ICO는 틱톡의 청소년 추천시스템 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서도 조사했고, 2026년 2월에는 레딧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ICO는 8개 플랫폼의 개선 조치가 최소 74만7000명의 영국 아동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쳤고, 최대 300만명의 아동 이용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개선하거나 괴롭힘,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을 줄였는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영국은 이제 플랫폼 설계 변화가 실제 청소년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증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2026년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6주 동안 SNS 이용 제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선정된 SNS 앱 접근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식, 인스타그램·틱톡·스냅챗 등 주요 앱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식,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야간 이용을 막는 방식, 기존처럼 제한 없이 이용하는 대조군으로 나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한 조치가 수면, 가족생활,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와 보호자 통제 설정의 어려움, 청소년들이 제한을 우회하는 방식까지 살펴볼 계획이다.

별도 대규모 연구도 진행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에이미 오르벤 교수와 브래드퍼드 보건연구소 연구진은 브래드퍼드 지역 12~15세 학생 약 4000명을 대상으로 SNS 이용 제한이 청소년 정신건강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현재 계획은 주요 SNS 앱 사용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하고,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야간 이용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불안, 수면의 질, 친구·가족과 보내는 시간, 웰빙, 신체 이미지, 사회적 비교, 학교 결석, 괴롭힘 등을 측정할 예정이다. 결과 분석은 2027년 여름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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