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의 호조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2.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가 중심인 수출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현실에서 투자와, 소비, 성장률에 연쇄적으로 미칠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장기화하는 경우 올해 성장률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물량이 10% 감소할 때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 월부터 2개월 연속 300억달러를 넘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월 기준 37.1%에 달했다.
이같은 업황의 호조에 힘입어 KDI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2월말 터진 중동사태로 유가가 급등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 호황이 중동발 악재를 상쇄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것은 중동전쟁의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에 대해선 “강도와 지속 기간 등 전제가 없어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제 실행되면 방향성 자체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해 재정정책을 다루는 경제 수장들(F4)도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성장·수출·금융시장 등 전반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파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안한 환율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장중 1500원선을 넘어섰는데, 외국인의 투자심리 위축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코스피를 견인하는 반도체주의 하락이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정부 재정정책에서 초과세수의 비중이 커진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는다. 국회가 지난 4월 처리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은 초과세수로 마련됐다. 정부가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산안에서 법인세 세수는 86조5000억원 규모였지만, 지난 3월 추경안에서는 101조3000억원으로 14조8000억원 늘려 잡았다. 정부 안팎에선 초과세수가 ‘역사적 규모’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구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황과 주식시장 활성화로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수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파업의 충격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이 감소하는 경우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시작으로 투자와 소비가 둔화하고, 성장률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의 한국경제는 냉정하게 봤을 때 반도체 외의 산업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외환시장의 외환수급을 비롯해 수출, 투자, GDP 전반의 수치가 반도체 산업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중동사태로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는 시점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자칫 환율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 역시 “파업이 장기화하는 경우 올해 성장률 자체를 흔들 수 있다”며 “파업은 생산 중단과 기술개발 지연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경쟁력마저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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