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첫 주말, 李 ‘민생 정책’ vs ·安 ‘문화 마케팅’으로 민심 공략
최근 여론조사서 이재준 54% vs 안교재 21%…오차범위 밖 벌어져
난공불락의 요충지?…정당 지지율과 양당 구도에 도전하는 ‘젊은 피’
경기도의 수부(首府) 도시이자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은 언제나 뜨겁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유려한 성곽이 도시의 뼈대를 이루고, 서해안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경기 남부의 경제와 정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서막이 오르자, 이곳 수원의 선거판은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길 위에서 마주한 민심은 수성이냐, 교체냐를 두고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 공식 선거전 돌입…민선 8기 성과 계승 vs 경제 부활
수원의 정치 지형이 그리는 기본값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이다. 제5회 지방선거부터 지난 제8회 선거까지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가 내리 4차례나 시장직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의 뿌리 깊은 강세, 견고한 조직력,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형성된 촘촘한 관계는 국민의힘 안교재 후보와 개혁신당 정희윤 후보가 넘어야 할 거대한 성벽과도 같다.
실제로 이달 18~19일 경인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8세 이상 시민 5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이재준 후보가 54%의 지지율을 기록, 21%에 그친 안 후보를 오차범위(±4.4% 포인트) 밖에서 여유롭게 따돌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조).
적극적 투표층과 전 연령대에서 앞서 나가는 ‘현직 프리미엄’의 무게감이다.
그러나 성벽 아래 흐르는 민심의 속내는 단순하지 않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뒤 거대 여야의 두 후보가 던진 화두는 수원의 오늘과 내일을 관통했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행정 관료 출신인 이 후보는 ‘민선 8기 성과 계승’을 전면에 내걸었다. 90%대 공약 추진율을 토대로 수원경제자유구역 지정, 군공항 이전, R&D 사이언스파크 등 굵직한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수원대전환 3대 핵심 정책제안’이다.
반면,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인 출신 안 후보는 ‘경제 심판론’이라는 송곳을 치켜들었다. 인접한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날개 삼아 무섭게 질주하는 동안, 경기도의 종가(宗家)인 수원이 상대적으로 정체됐다는 피로감을 파고든 것이다.
그는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특화한 경기과학기술원을 수원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전자와 용인·이천을 잇는 반도체 생태계 맞춤형 교통망을 구축해 ‘수원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수원화성의 성벽은 여전히 단단…엇갈린 행보
여기에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깨겠다며 첨단 과학기술 생태계를 들고나온 30대 ‘젊은 피’ 정 후보의 도전도 신선함을 안긴다.
황금연휴의 첫날이자 첫 주말이던 23일, 유세 현장에서 마주친 이 후보와 안 후보의 행보는 이들이 꿈꾸는 수원의 미래만큼이나 극명하게 엇갈렸다.
‘행정 전문가’의 묵직한 수성(守城)에 ‘실물 경제인’의 공성(攻城)이 맞붙은 형태였다. 이 후보는 수원시 연화장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을 찾아 “눈물은 거두고 실력과 성과로 노무현의 진짜 민생을 증명하겠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 후보는 추도 메시지를 통해 “오직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위해 진영의 비난까지 감수했던 ‘살림꾼 노무현’의 실사구시를 기억한다. 그 실용주의 정신이 바로 민생 행정”이라며 “민주주의는 거창한 이념이 아닌 내 아이의 사교육비가 줄고, 부모님의 병원비 걱정이 없어지는 것으로 그것이 노무현이 꿈꿨고 우리가 바라는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KT위즈파크 합동 유세에서는 수원대전환을 위한 K-실리콘밸리 조성안을 펼쳐 보이며 정책의 구체성을 더했다.
반면 안 후보는 같은 날 수원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바닥 민심을 훑었다. 대형 브랜드 스타벅스의 지역 한정 머그컵을 모티브로 ‘수원 에디션’ 구상을 발표, 역사적 깊이와 첨단산업의 역동성이 공존하는 문화관광도시로서의 비전을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결국 수원의 표심은 지방정부의 ‘안정감’ 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갈래 길 위에 서 있다. 탄핵 국면의 여파가 투영된 정당 지지율의 벽이 워낙 완강해 이 후보가 레이스를 주도하는 흐름은 완연하다.
다만, 수원시민들의 ‘성장에 대한 갈증’이 여야 후보의 공약 가운데 어디로 쏠릴지에 따라 승부도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단한 수원화성의 성벽은 이번에도 두터움을 드러낼지, 아니면 성문이 열릴지 결정하는 경기 정치 1번지의 선택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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