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건국 250주년을 앞둔 미국의 역이민 현상을 집중 조명하며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조준하고 나섰다.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이민자들의 노동력으로 세워진 국가가 도리어 이민자들에게 문을 닫으면서 향후 경제 성장률 저하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맞이할 것이라는 취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심각한 정치적 분열과 구조적 경제 불균형으로 인해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적 ‘역이민’(Reverse Migration) 파고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이 시점에 미국의 역이민 현상을 ‘탐사보도’라는 이름으로 부각하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늘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는 수명을 다했다”며 다극화 체제를 주장해 온 중국이 미국 주도 단극 체제의 소프트파워 붕괴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들의 자발적인 탈출과 미국행 선호도 급락이라는 팩트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는 신화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자국 내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중국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평가다. 현재 중국은 강력한 인공지능(AI) 드라이브와 하이테크 중심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 회복 지연과 고용 시장 경색 등 내부적인 구조적 과제도 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내부의 깊은 정치적 분열과 사회 갈등, 강력 범죄, 중산층 붕괴를 부각하는 것은 내부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에 유용하다.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정점인 미국도 결국 무너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자국민들에게 전달해 중국식 거버넌스와 사회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역설적으로 정당화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셈이다.
아울러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및 핵심 인재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도 존재한다. 최근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부상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문을 닫고 과학자 등 핵심 인재들의 해외 이주 신청이 늘어난 틈을 타 글로벌 인재와 자본이 미국 대신 중국을 포함한 대안적 시장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결국 중국 관영매체의 이 같은 보도는 단순한 현상 전달이 아니라 미국의 내부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미국식 발전 모델의 유효 기한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서사적 공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공황 이후 최초의 역이민 전환점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더 이상 ‘이민자의 나라’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데이터를 인용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순이민 유출 인구는 약 15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대규모 역이민 현상이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인구 역류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흐름이 아니며, 올해와 내년에 걸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구 유출을 불법 이민자 추방 강화와 비자 규제 강화 등 자국 정책의 결과물로 포장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약 30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미국을 떠났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이 같은 정책적 요인 뒤에 가려진 더 심각한 구조적 결함에 주목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정식 자국민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미국을 탈출하고 있다는 팩트다.
실제 세계 50여개국의 거주 허가증 발급 현황과 해외 부동산 구매 데이터, 유학생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전역에서 거주와 취업을 위해 이주한 미국인 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미국 시민권 포기 신청 건수 역시 2024년 전년 대비 48% 급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이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11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5명 중 1명은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로 영구 이주하겠다고 답했다.
◆살인적 물가와 정치적 혼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1958년 저서 ‘이민자의 나라’를 통해 천명했던 오픈 이민 정책과 미국의 근간은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현지 이주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 미국인들이 고국을 떠나는 이유는 경제적 피폐함과 생활환경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는 총기 및 강력 범죄의 만연, 살인적인 생활비 부담, 그리고 극단화되는 정치적 혼란이 핵심 유출 원인으로 꼽혔다.
순린 상하이외국어대 미국학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이 같은 역사적 인구 역류는 경제 구조의 불균형과 사회 거버넌스의 실패가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산층의 붕괴가 결정타였다. 퓨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1971년 미국 인구의 61%였던 중산층 비율은 2023년 51%까지 떨어지며 빈부격차가 커졌다.
정치적 갈등은 직접적인 유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민 컨설팅업체 엑스팟시가 이주 세미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정치적 이유로 미국을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폐지 등 재생산 권리 침해와 투표권법 약화 등 기조는 미국 사회가 역행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내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정책을 뒤집지 못한다면 이주를 실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글로벌 다극화 체제의 도래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성장은 미국이 가졌던 독점적 인재 흡수 매력을 상쇄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민자 없는 미국의 경제적 대가
이민자 노동력은 미국 경제 성장과 사회 활력의 핵심 엔진이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내 외국인 태생 노동자는 약 31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19.2%를 차지한다. 이들이 빠져나간 미국 경제의 현실은 참담하다. 루이지애나의 건설 현장은 목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으며, 웨스트버지니아의 병원들은 해외에서 영입하려던 의료진을 잃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3월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순이민 감소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발생한 이민 감소로 인해 미국 GDP 성장률은 0.19~0.26%포인트 둔화됐으며, 소비 지출은 최대 600억달러(약 92조원) 상당 공중분해 된 것으로 추산됐다.
더 큰 문제는 유출되는 인구의 질이다. 미국 행정부가 학술 기관에 대한 연구 재정 지원을 삭감하자, 미국 기반 과학자들의 해외 이주 신청 건수는 2025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2% 폭증했다. 저스틴 게스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얼마나 떠나느냐보다 누가 떠나느냐가 문제”라며 고학력·고숙련 인재와 기업가 정신을 가진 핵심 혁신 동력의 유출이 미국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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