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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2년 제한 풀고 선택 늘려야” 노동계 “불안정한 상태만 연장” [심층기획-기간제법 손질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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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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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도 개편 공론화 시동

실태조사 결론 이르면 6월 마무리
노동부 “하반기 경사노위 등서 논의”

경영계 “5년까지 늘려야 숙련도 쌓여
경력 채용 일상화 감안, 구직에 도움”

노동계 “기간 늘면 정규직 기회 줄어”
구직자 “3년 늘려도 ‘2년11개월’ 여전”
서울 4년제 대학을 2년 전 졸업한 이모(28)씨는 일명 ‘쉬었음’ 청년이었다. 굳게 닫힌 취업 문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다가 올해 2월부터는 한 중소 컨설팅 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계약직은 그에게 차선이었으나 길어지는 공백을 마냥 견디는 건 더 두려웠다고 한다. 이씨는 계약 기간 연장이 그 역시 차선이라고 22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계약직 기간 연장을 이야기하는 걸 봤는데, 3년으로 늘려도 ‘2년 11개월’ 꼼수는 또 생길 것”이라며 “결국 기간 연장보다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4월 고용노동부가 시행한 ‘기간제 활용 실태조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말 마무리된다. 노동부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진행 중인데 노동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실태조사는 사업체 표본 1500곳, 기간제 노동자 4000명이 대상이며, 기간제 사용 현황, 실태, 제도 개편 의향 등이 담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에서 관련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할 것이고, 조사 결과가 그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했다.

2007년 시행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다.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로 간주하는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기간제는 비정규직의 한 종류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논의의 불씨를 댕겼다. 이 대통령은 3월 경사노위 1기 출범 정책 토론회에서 “전부 1년 11개월짜리 (고용)해놓고 2년 안 넘긴다”며 “3, 4년 했으면 좋겠는데 (법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엔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나 기간제법에 대해 “‘2년 이상 절대 고용 금지법’이 돼버렸다”며 “사실은 보호는커녕 ‘방치 강제법’”이라고 지적했다.

 

◆“기간제도 경력 쌓아야 경쟁력 생겨”

경영계는 2년 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력 면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경총은 5년(2년+3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보는데, 가장 큰 이유가 기업이 숙련에 필요한 기간을 최소 3년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2년 미만으로 일하면 핵심업무는 거의 못 하고 주변 업무만 받게 되는데 기간이 늘면 핵심업무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1년 미만은 경력으로 잘 쳐주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비정규직이어도 3년 이상 일했다고 하면 바로 실무에 투입할 경력직으로 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영계는 기간 연장이 청년들의 고용 불안도 일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특히 신입 공채가 줄고 경력 채용이 일상화가 된 고용시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본부장은 “신입을 안 뽑고 교육이 필요 없는 경력을 뽑는 게 대세인 상황에서 구직자들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구직자들의 의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2+2년 또는 2+3년 제도는 정말 필요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스스로 정말 더 연장을 원한다면 기간을 열어주는 게 맞기 때문에 처우 개선과 차별 금지 등 입법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희망 고문은 해법 아냐”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시도가 보수정부 때마다 시행됐으나 좌절됐다는 점은 향후 논의에 회의를 들게 하는 요소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자 했으나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한다는 노동계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노동계는 기간 연장은 청년을 포함한 구직자에게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불안정한 상태를 연장하는 일종의 희망 고문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기간이 늘면 영구적으로 정규직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대 청년이 비정규직으로만 경력을 채우면 30대 중반이 돼 정규직 신입으로 입사하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가장 원하는 건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시간에 비유하자면 일례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일하는 시간이 줄면 소득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더 늘려달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해법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율이 낮은 것 역시 기간 연장의 근거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2024년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188만8085명)의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11.8%이며, 이들의 정규직 전환율은 8.6%에 그친다. 300인 이상 기업과 5∼299인 이하 기업 간의 차이도 크다. 5∼299인 이하 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율은 11.3%지만, 300인 이상 기업은 5.8%에 불과하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은 이유는 노동자를 상시적·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활용하는 관행이 굳어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양대 노총은 기간제 사용을 지금보다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시적·간헐적 업무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간제를 쓸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고, 한국노총도 “사용사유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도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은 짧은 사용 기간이 핵심이 아니라고 짚었다. 이어 “사용사유 제한 없이, 사용 기간만 정해둔 제도 허점이 배경”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 원칙대로 객관적 사유가 있을 때만 기간제를 사용하도록 사유 제한을 전격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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