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장은 한국 경제의 공급망 투자와 관련해 기존 ‘효율’ 중심에서 벗어나 ‘회복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충격을 흡수·복원하는 능력이 곧 성장의 조건”이라는 게 정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충격은 그간 우리가 중시했던 ‘효율의 비용’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시발점으로 해서 회복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과거 효율성 즉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 중심이었을 때와 달리 ‘저스트 인 케이스(Just in Case)’ 즉 안정성과 회복력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위기관리를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구축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 원장의 주문이다. 우리 기업도 이런 ‘재편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단가가 아닌 리스크를 기준으로 핵심 광물과 부품, 장비, 물류의 공급망 다변화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효율보다 안정과 회복 탄력성이 중시되는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 원장은 “예전에는 비용이 제일 낮은 데 가서 생산하고 그걸 이용해 공급망을 만들고 했었는데, 이제는 경제안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라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무역질서가 바뀌고 있고, 모든 나라에서 공급망과 관련해 현지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공급망 전환과 관세, 재정 및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리와 환율, 유가의 변동성이 상시화한 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큰 난관이다.
정 원장은 “안전성 즉 끊기지 않고 신뢰할 만한 공급망인지가 결국 전 세계 시장 접근권을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중 조달·비축·대체 운송·조기 경보·추적성 등의 능력이 국가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고도 했다.
그는 나아가 4대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로 △군사적 충돌(안보지정학) △미국의 국별·품목별 관세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 통제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에 따른 무역장벽을 꼽았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해선 “한·미·일 간 연대를 기반으로 호주를 끌어들이든지 해서 새롭게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드는 게 중장기적인 과제”라고 지목했다.
대미 전략적 투자의 첫번째 사업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관련해선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원장은 “과거만 해도 우리 정부에서 알래스카 LNG 투자에 관해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상업성 탓인데, 지금 와서 보니 어차피 우리가 대미 투자를 해야 하니까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사태로 훨씬 매력적이게 된 것”이라며 “일본도, 대만도 투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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