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향해 “한 톨 사심 없이 최선…과분한 사랑 평생 보답” 손편지·음성 메시지 남겨
야인(野人)으로 돌아가 ‘성찰’ 선언하면서도 “어디서든 사회 변화 기여할 것” 여운
후임 추미애 당선인 향해 “훌륭한 도정 펼칠 것…직원들도 한 팀 돼 성과 내달라” 당부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30일 오후 6시 퇴근 시간. 수원시 경기도 광교 청사 구내방송에선 가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와 함께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잔잔하지만 때론 격정적 가사를 타며 차분한 음성이 춤을 추는 듯했다. 이날 마지막 임기를 마치고 청사를 떠난 김동연 지사의 목소리였다.
그는 “이 노래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실패와 고뇌 속에서 품게 되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지난 4년간 도정을 이끌며 가슴 벅찬 성과도 있었고 어려움과 좌절도 겪었다. 모든 순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1420만 도민 한 분 한 분의 삶과 함께한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털어놨다.
퇴근길 깜짝 선물이던 이날 방송에선 ‘바람의 노래’에 이어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송출됐다. 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직접 선곡한 곡들이라고 전했다.
◆“한 톨의 사심도 없었다”…도민 향한 손편지와 ‘바람의 노래’
이날 오후 김 지사는 임기를 마치고 야인(野人)의 길로 들어섰다. 1461일간의 도정을 마무리하는 그의 퇴장은 거창한 수식어나 화려한 행사 대신 공직자, 도민들과 조용히 눈을 맞추는 ‘소박한’ 석별이었다. 김 지사는 “감사할 줄 알고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가벼운 행장으로 청사를 떠났다.
앞서 그는 광교 청사의 전 층을 돌며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당초 “바쁜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별도 행사 없이 이임하려 했으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도의회 1층 경기마루에서 마이크 하나만 놓인 조촐한 고별식이 열렸다.
넥타이를 매고 아내 정우영 여사와 함께 선 김 지사는 24층부터 지하 2층까지 일일이 부서를 찾아 악수를 나눈 감회를 전했다. 일부 직원들은 셀카와 사인을 요청하며 앞날을 응원했고, 김 지사는 임산부 직원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화답했다. 직원들은 김 지사 부부에게 감사의 영상과 함께 새 출발을 응원하는 신발과 꽃다발을 선물했다.
김 지사는 1420만 도민과 1만6000명 공직자를 향해 고개 숙여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퇴임사에선 “도민 여러분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진심을 다해 한 톨의 사심 없이 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했던 점이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며 몸을 낮췄다.
공직자들을 향해서는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이 있어 지사로서의 4년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며 “민선 9기에도 공익에 대한 헌신이라는 사명과 중심을 잃지 말고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도민과 직원들에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같은 내용의 손편지를 남겼다.
◆“자유인으로 또 다른 유쾌한 반란”…4年 임기 마치고 퇴장
지사직을 내려놓고 ‘자유인’의 신분으로 돌아간 김 지사는 향후 정치적 행보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완곡하면서도 단호하게 피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찰하고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면서도 “오랜 공직생활 동안 간직해 온 마음의 중심인 ‘사회 변화’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겠다. 어디에 있든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출범하는 민선 9기 후임 지도부를 향한 배려와 신뢰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퇴임 행사 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에 대해 “훌륭한 분이 오시는 만큼 신임 지사께서 알아서 훌륭한 도정을 펼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도 새 지사가 오면 전임 도정의 연장선에 얽매이지 말고, 신임 지사와 확실한 한 팀을 이뤄 도민들을 위한 좋은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임 행사를 마친 김 지사는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청사 앞에 대기 중이던 회색 쏘나타 차량에 정 여사와 함께 몸을 실었다. 운전대를 잡은 그는 인생 3막을 향해 천천히 차를 몰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김 지사의 뒷모습을 끝으로, 지난 4년간의 민선 8기 경기도정 역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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