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박탈·무기한 정지·즉각 방출…‘무관용’ 해외 스포츠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때”…글로벌 스탠더드 이정표 삼아야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경기 중 ‘혐오표현’을 사용해 중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보수단체 및 야권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교 선수들의 대학 진학 및 프로 진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처벌은 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육계 일각에서는 혐오표현에 대한 ‘일벌백계(一罰百戒)’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를 정쟁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경기 도중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비하하는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자, 처벌 수위의 경중을 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야권 “잘못했지만 출전정지 결정은 지나쳐”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3일 서울경찰청에 협회 인사들을 강요·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고등학생 선수들의 장래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과도한 처벌이라며 징계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배재고 선수들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조롱성 구호를 외친 것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측면이 있어 부적절했다”면서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결정은 지나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포츠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온정주의’가 국제적 기준과는 동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정치권이 이 같은 스포츠계의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며, 장기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한다. ‘스포츠 정신’을 말살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정당하고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英·美 미성년 혐오 발언에 ‘무관용’…출전 금지, 방출 등 조치
해외 스포츠계에서는 성년과 미성년,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혐오 및 차별 표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무관용 엄벌을 내린다.
실제로 2021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고교체육연맹(CIF)은 히스패닉계 고등학교와의 농구 결승전 직후 상대 팀을 향해 또띠아를 던지며 인종차별적 모욕을 가한 코로나도 고등학교에 대해 ‘당해 연도 챔피언 자격 즉각 박탈’이라는 전례 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해당 학교 운동부 전체에 3년간 포스트시즌 출전 금지 유예 및 보호관찰 처분을 내려 연대책임을 물었다.
핵심 에이스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 2019년 3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교육청과 아드레이 켈 고등학교는 주 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경기를 단 하루 앞두고, SNS에 상대 팀을 겨냥한 인종 혐오성 단어를 게시한 백인 주전 농구 선수에게 ‘무기한 스포츠 활동 참여 금지’ 처분을 내렸다. 성적이나 대회의 중대성보다 혐오 근절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우선시한 결과였다.
2021년 영국에서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포츠머스 FC는 아카데미(유소년) 소속 미성년자 선수 3명이 사적인 단체 메신저 방에서 흑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차별적으로 비하한 사실이 적발되자, 내부 조사를 거쳐 이들 3명을 ‘즉각 구단에서 방출(계약 해지)’ 조치하며 청소년 선수의 커리어를 그날로 끝마치게 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해외 사례 등을 따져봤을 때 이번 징계가 과도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번 결정이 모든 절차를 제대로 밟아 모든 상황이나 사태를 충분히 숙지할만한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민 위원은 그러면서 “학생이나 학부모의 속이 타는 것은 저도 안타깝지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일이 앞으로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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