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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노조 키운 건 키보드 워리어”… 조정위원이 본 교섭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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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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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돈 위원, 삼성전자 내부 갈등 진단

황 위원 “DS 외 나머지 영역 직원들 심리적 태업 상태”
온라인 커뮤니티가 노조 키우고, 성과급 교섭은 ‘게임화’

긴급조정권 언급하며 노사 압박…사측엔 “노노갈등 즐기면 안돼”
최승호 위원장에겐 “과반노조 될 땐 어항 속 붕어 될 수도” 조언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을 중재한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담당 공익위원이 삼성전자 노조를 키운 건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인터넷상에서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라고 진단했다. 황 위원은 중노위 교섭 테이블에서 벌어진 막후(幕後) 이야기도 3일 털어놨다.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는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SK미래관에서 ‘N% 성과급 교섭과 현 단계 노사관계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노사관계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N% 성과급’ 논란을 짚어본다는 취지다. 황 위원은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삼성전자의 중노위 사후조정을 맡기 전까지 단독 조정위원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단체교섭을 게임으로” 분석

 

황 위원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을 ‘숙련된 인플루언서’라고 정의했다. 현장 불만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던지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노조를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황 위원은 초기업노조 기반이 키보드 워리어라며 “이들은 현장에 조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초기업노조) 텔레그램에 만여명 이상이 들어가 있는데 그중 3000∼4000명은 적극적 키보드 워리어로 내부 여론을 주도한다 볼 수 있다”며 “이 사람들은 6000명 규모의 노조가 7만명 이상으로 커지는 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뉴시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뉴시스

초기업노조는 올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노조의 지위를 획득했다. 지난해 말 수천 명 규모에서 올해 들어 7만6000여명까지 조합원을 확보했다. 최근 비메모리 조합원 이탈 등에 다시 5만4000명 수준으로 조합원이 줄어 현재는 과반노조 지위를 잃은 상태다. 

 

황 위원은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 사례에서 노사관계의 플랫폼화가 특징적이었다고 규정했다. 과거 노사관계가 공장, 사무실, 집회장 등에서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익명 게시판, 직장인 커뮤니티, 텔레그램 등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플랫폼은 참여 문턱을 낮추고 정보 전달의 속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단체교섭을 게임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황 위원은 플랫폼이 토론보다는 반응 중심으로 작동해 ‘추천’, ‘좋아요’ 등 반응이 이용자들을 경쟁적으로 만든다고 분석했다. 교섭 과정에서도 실현 가능성이나 설득력보다 노조원들의 반응이 더 중시된 이유다.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 공익위원이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SK미래관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당시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 공익위원이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SK미래관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당시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노사 양측에 ‘긴급조정권’ 이야기 꺼내

 

황 위원은 중노위 사후조정 당시 삼성전자 노사 양측에 조정 불발 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파업은 30일간 중지된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는 중노위의 최종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

 

당시 그는 “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가라는 공권력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거기엔 긴급조정까지도 포함된다”고 양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어 “타협 시 얻을 수 있는 게 50대 50 정도라면, (긴급조정시에는) 당신들 모두가 원하지 않은 결론을 둘 다 받을 가능성이 99%”이라고도 했다. 

 

긴급조정권의 잣대는 국민 눈높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황 위원은 “어떤 국민이 6억을 주는 회사나, 6억을 달라고 하는 노조나, 누가 둘 다 칭찬하겠냐”며 “아마 (찬성 여론이) 반도 안 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은근히 즐기는 사측에 경고도”

 

황 위원은 사측에 경고를 한 일화도 털어놨다. 복수 노조로 노노 갈등이 생기는 데 관해 사측이 이를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황 위원은 “저들은 조합원인 동시에 회사 직원이고, 직원 간 갈등인데, 그건 보이지 않냐”고 삼성전자 임원들을 향해 직격했다고 전했다. 

 

황 위원은 최 위원장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단체교섭 시작 전 (최 위원장이) 나를 찾아와 과반 노조가 될 시 우려를 말했다”고 했다. 당시 황 위원은 만약 과반노조가 될 시 최 위원장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어항 속 붕어’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실제 황 위원의 말대로 최 위원장의 언행은 지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총파업 결의대회 직후 해외 휴가, 중노위 사후조정 녹취록 공개 등 행보로 이목을 집중케 했다.

 

삼성전자 조직 내부 갈등은 향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과급 규모 차이에 따른 박탈감 등 그 파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황 위원은 “반도체(DS)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노동자들은 심리적 태업상태라고 본다”며 “경쟁사 채용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고, 지원 사실을 공개하고, 이직할지 말지를 토론하는 게 키보드 워리어들 현실”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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