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후 자산 4.1조 팔아
빚 갚고 투자금 회수에만 매몰
메리츠, 1.3조 대출·이자 장사
유통산업법 개정, 추락 부추겨
배송 플랫폼들과 경쟁도 밀려
노조선 장기간 파업·시위 벌여
한때 이마트와 국내 대형마트 주도권을 다투던 홈플러스가 30년 만에 공중 분해될 처지에 놓였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탓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도 지나갔다. 홈플러스 몰락은 사모펀드 대주주의 경영 실패와 낡은 정부 규제, 이커머스(인터넷 상거래)가 주도하는 시대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대구에 1호점을 열며 출범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에 경영권과 지분 49%를 넘기면서 합작법인 ‘삼성테스코’로 전환됐다.
마트에 문화센터와 푸드코트 등을 갖춘 공격적인 영업과 2008년 홈에버(구 까르푸) 매장 33개를 인수하는 등 외형을 키우며 이마트, 롯데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마트로 급성장했다. 테스코는 2011년 삼성 측 지분을 전부 인수하면서 사명도 ‘홈플러스’로 바꿨다. 2013년에는 9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에 올랐다. 2015년 MBK 컨소시엄이 테스코에 인수자금으로 건넨 7조2000억원은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주인이 바뀐 후 홈플러스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MBK가 인수자금의 60%가량을 차입금으로 조달한 게 두고두고 짐이 됐다. MBK는 빚 무게를 덜어내려 우량 점포 68곳을 매각한 뒤 다시 빌려 썼는데,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차료 부담에 짓눌려야 했다. 게다가 유통시장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했지만 자금난 등에 시달려 적기 대응에 실패하고 2021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과 같은 규제도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았다. 대형마트에 대한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 제한 규제는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업계의 수익성 제고를 제한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쿠팡과 배달의민족 같은 배송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한참 밀렸다. 노사가 합심해도 난관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가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장기간 파업과 시위를 벌인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로 몰린 데는 MBK와 메리츠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기까지 MBK와 메리츠는 한 달 넘게 “네가 더 많이 벌었으니 먼저 부담을 져라”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만 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뒤 2016∼2023년 전국의 우량 점포 등 유형자산을 총 4조1130억원어치나 팔았다. 그렇게 빚을 갚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동안 홈플러스 경쟁력은 법원 관리 없이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 메리츠는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빌려주면서 확보한 ‘알짜 점포’ 등 자산 담보 외에 그동안 원금 1348억원과 이자·수수료 1213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MBK와 메리츠는 막상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의 자금을 요구하자 서로 상대측이 부담할 몫이라고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였다. 메리츠는 “MBK 3호 펀드가 홈플러스 투자로 약 1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MBK는 “청산이 이뤄지면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64개 점포(담보가액 1조5600억원)를 처분해 이익을 볼 것”이라고 각각 주장했다. 메리츠는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먼저”라며 “1000억원 이상은 절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산이 향후 확정되면 홈플러스 지분 100%를 쥔 MBK 지분 가치는 사실상 소멸한다. MBK는 청산 배당의 최후순위라 채권자인 메리츠에게 자산 매각 금액이 돌아가면 남는 게 없다. 이처럼 셈법이 다른 MBK와 메리츠가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정작 수많은 홈플러스와 입점·협력업체 근로자 등 약자들만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협력사 4603곳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파산할 경우 담보권이나 우선변제권이 없는 업체는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가 청산절차로 향하게 되면 수십만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정부에 홈플러스 회생 방안 마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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