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최대 5억원…이달 중 제도 시행
직급별 한도 폐지·5억 일원화는 검토 단계
삼성전자가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의 대상을 수도권과 6개 광역시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으로 제한한다. 최대 5억원을 연 1.5% 금리로 빌려주는 파격적인 복지 제도가 집값을 자극하고 금융권 대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주거안정 지원 대출을 수도권과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6개 광역시에 있는 전용 85㎡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세부 사항을 조율한 뒤 이달 중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주택 구입 자금을 최대 5억원까지 연 1.5%로 빌려주는 주거안정 대출 도입에 합의했다. 무주택 재직자가 기본 대상이며, 보유 주택을 처분하면서 새 주택을 사는 일부 1주택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면적 제한은 유지하되 직급별 대출 한도 차등은 없애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당초에는 직급에 따라 한도를 3억5000만~5억원으로 달리했지만, 직급과 관계없이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단일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같은 조건을 도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조합원 투표에서는 수도권과 6개 광역시의 전용 85㎡ 초과 주택을 대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건이 찬성 72.57%로 가결됐다. 최대 5억원, 연 1.5%라는 기본 조건은 유지된다.
삼성 계열사들이 잇따라 면적 기준을 둔 것은 사내대출이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망 밖에 있다는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자체 자금으로 직원에게 직접 빌려주는 사내대출은 금융회사 대출이 아니어서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내 주택대출과 관련해 “공익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복지의 영역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체계에 연계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며 “기업이 전용면적과 규제지역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은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기업 복지에 금융 규제를 적용하는 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사내대출의 DSR 편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규제 필요성과 적용 가능성을 개인 의견으로 제기한 발언에 가깝다.
사내대출이 DSR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5억원 전액을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그대로 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해당 주택에 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은행이 인정하는 담보 여력이 줄어 추가 대출 가능 금액도 감소한다. 사내대출과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단순 합산하면 실제 자금 조달 규모를 부풀릴 수 있다.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등 반도체 사업장 인근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저금리 사내대출에 대한 경계도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동탄구와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규제지역 지정은 7월 1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7월 5일부터 각각 효력이 발생했다. 정부 발표에는 삼성전자의 성과급이나 사내대출을 규제지역 지정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 내용이 없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성과급과 사내대출을 합치면 최대 36조6000억원의 잠재 자금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다. 성과급 7조6000억원과 사내대출 29조원을 합친 수치다.
사내대출 29조원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약 12만8000명에 수도권 무주택 가구 비율 45%를 적용한 뒤, 약 5만8000명이 한도 5억원을 모두 빌린다고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성과급 추산액 역시 영업이익 전망과 세금, 자사주 매각 제한 등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 대출 신청 인원과 집행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추산액이 그대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용면적 85㎡ 제한으로 사내대출을 활용해 대형 주택을 사들이는 길은 좁아졌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는 전용 84㎡이면서도 가격이 높은 아파트가 적지 않다. 제도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실제 신청 규모와 지역별 대출 실행액이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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