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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억지 동화·역외활동 억압… 中, 초국가 사법통제 신호탄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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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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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단결진보촉진법’ 본격 시행

소수민족 언어 통제… 문화 흡수 압박
‘자치주의 보장’ 포용 정책 종말 고해
美 “민족 말살·인권탄압 개입 정당화”
中 “민족 융합발전 도모하는 통합법”

외부 세력 간섭·파괴행위 차단 규정
대만 독립 세력 겨냥 법률전 구체화
라이칭더 “권위주의적 악법” 맹비난
한글 교육 등 언어교류 영향도 촉각

소수민족의 중국어 사용을 우선시하고 민족 분열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국 ‘민족단결진보촉진법’(민족단결법)이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한족 외에 조선족,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55개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중국인의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강화를 표면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행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추진되어 온 국가 통용 언어 보편화와 민족 융합 정책에 법적 쐐기를 박은 모양새다.

인도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티베트의 정치적 억압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티베트 활동가 롭가 랑젠을 기리는 시위를 벌였다. 뉴델리=EPA연합뉴스
인도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티베트의 정치적 억압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티베트 활동가 롭가 랑젠을 기리는 시위를 벌였다. 뉴델리=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법안은 명목상 자치주의를 보장해 온 기존 민족 정책의 종말을 공식적으로 고하고 강제적인 동화주의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영토 내의 소수민족 통제를 넘어 대만독립 세력을 겨냥한 법률전이자, 국경 밖의 외국인이나 조직까지 처벌할 수 있는 ‘역외 관할권’ 조항을 명시한 초국가적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한국 교민이나 여행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요소는 적다는 분석이지만, 소수민족 언어 및 문화 교류 등 한반도 관련 영역에서도 잠재적 갈등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민족단결법 주요 내용은

민족단결법의 핵심은 소수민족의 고유 정체성 대신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 중심의 단일 국가 정체성을 강제하는 데 있다. 앞서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등을 통해 공개된 법 전문에 따르면 제15조는 푸퉁화를 각급 학교 및 교육 기관의 기본 교육·교수 용어로 지정하고 공공장소에서 소수민족 언어와 동시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위치와 순서 등에서 푸퉁화를 부각하도록 의무화했다. 법 시행 이후 모든 학교 수업은 푸퉁화로만 진행해야 하며, 소수민족 언어는 제2언어 형태로만 전락하게 된다.

종교 체제와 사상에 대한 통제도 법문화됐다. 제46조는 종교단체와 종교 학교, 종교시설이 이른바 ‘우리나라(중국) 종교의 중국화’ 방향을 견지하고 종교가 사회주의 사회와 부합하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종교 성직자, 신앙 대중이 애국주의 전통을 선양하도록 인도하여 민족 화목, 종교 화순, 사회 조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정 내 사상 통제를 위해 제20조는 미성년자의 부모나 보호자가 법에 따라 가정 교육 책임을 이행해야 하며 자녀에게 ‘민족단결 진보에 불리한 관념’을 주입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법 발효에 맞춰 중국 내 소수민족 자치구들은 빠르게 지방정부 차원의 세부 규정 정비에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국가민족사무위원회는 네이멍구자치구가 민족단결법의 학습, 홍보, 이행을 위해 법 교육과 집행, 부처 간 협조 방안을 담은 23개 조치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서부 티베트(시짱)자치구 역시 인프라 건설, 공공 서비스, 국경 지역의 안정 및 개발을 연계한 20개 촉진 조치를 도입하고 모든 민족의 생산 활동 현장에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각계 우려와 중국의 반박

국제사회는 이번 법률이 중국 내 소수민족의 문화, 종교, 언어적 자결권을 완전히 말살하는 가혹한 조치라며 일제히 규탄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성명을 통해 이 법이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사법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며,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지역의 교육 및 종교의 자유를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 시행 직후인 2일에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티베트 독립운동가 롭가 랑젠이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에 항의하며 독립과 단결을 호소하는 연설을 한 뒤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국제적인 파장을 낳기도 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공화당 소속 짐 리시 외교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진 섀힌 의원 등 여야 의원 9명이 초당적으로 동참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의 민족단결법 신설은 소수민족을 말살하려는 부당한 정책이며 억압에 반대하는 이들을 기소할 수 있는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해 초국가적 탄압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비판에 강력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등의 성명을 겨냥해 “일부 국가가 이념적 편견과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의 민족 정책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궈 대변인은 “중국은 통일된 다민족 국가로, 법에 따라 각 민족이 자국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 같은 성과는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며 티베트 분신 사건과 관련해서도 “티베트는 예로부터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인도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티베트의 정치적 억압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티베트 활동가 롭가 랑젠을 기리는 시위를 벌였다. 뉴델리=AP연합뉴스
인도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티베트의 정치적 억압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티베트 활동가 롭가 랑젠을 기리는 시위를 벌였다. 뉴델리=AP연합뉴스

◆적용 범위는… “대만 노린 것”

이번 민족단결법이 가장 비판받는 지점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사법 통제 가시권에 두는 확대 관할권 조항에 있다. 법 제63조는 ‘중국 국외의 조직과 개인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겨냥해 민족단결 진보를 파괴하고 민족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실시하는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외국인과 국외 단체에도 속지주의적 한계를 넘어 사법 처벌을 가할 수 있는 역외 책임추궁 메커니즘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제10조는 ‘민족단결 진보 사업은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민족·종교·인권 등을 빌미로 한 모독·왜곡, 억제·압박, 침투·파괴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대만에서는 이 법이 대만을 직격하는 강력한 인지전 및 법률전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21조가 ‘양안의 경제문화 교류 협력을 촉진해 대만 동포의 귀속감과 정체성을 증진하고 동일한 중국인이라는 인식을 증강한다’고 적시한 데 이어, 제41조는 ‘통일전선 업무 부서가 이 법의 총괄 조율과 감독 실천을 책임진다’고 해 당의 통일전선 공작을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주재 회의에서 중국의 민족단결법을 “국경을 초월해 탄압과 위축 효과를 가져다주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중국이 권위주의와 독재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대만 안보 당국과 시민단체들은 중국이 법안 내에 ‘민족단결 저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대만 독립 지지자나 체제 비판 인사를 자의적으로 구금하고, 해외 비밀경찰 거점 및 인터폴 적색수배령을 남발해 반체제 인사를 강제 소환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밍옌 대만 국가안전국(NSB) 국장은 중국 국가안보기관 요원들이 외국인 방문객의 정보통신기기 검사 및 구금 권한을 갖고 있어 중국을 방문하는 대만인의 이동 경로와 소비 기록까지 중국의 국가 감시망에 전면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교민과 기업인, 여행객 역시 잠재적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의 성격에 대해 “민족 간 융합 발전을 도모하는 통합법의 실행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장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요소는 없다고 보인다”며 “언어 교류 등의 측면에서 볼 때 한글 교육과 관련해 갈등 요소가 있을지 지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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