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것은 물병 하나다. 일주일이면 텐트가 필요하고, 한 달이 넘어가면 빨랫줄과 이발기가 필요해진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올림픽공원에는 살림이 쌓였다. 빗물을 받아 손을 씻고, 누군가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하고, 미용사 자격증을 가진 노인은 손으로 그린 포스터를 간판 삼아 ‘올공이발소’를 열었다. 올림픽공원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천막 아래 의자 하나를 두고 최병섭(72)씨가 가위를 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 준 ‘올공이발소’ 포스터가 간판을 대신했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최씨는 집회 첫날부터 올림픽공원에 나왔고, 갖고 있는 미용사 자격증을 활용하기 위해 이날 처음 이발소를 열었다. 그는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생업 접고 여기 와 있는 사람이 많으니까, 이발 못 하는 사람도 많아요. 염색약을 가져오면 염색도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텐트가 있었다. 박홍서(72)씨는 포항에서 기차와 시내버스를 타고 올림픽공원까지 왔다. 타프와 텐트를 챙긴 짐의 무게만 80kg. 지난달 6일부터 일주일을 지내다 목이 쉬어 내려갔고, 한달여를 쉬고 전날 다시 상경했다. 근처 헬스장에서 7000원짜리 일일권을 끊어 묵은 때를 벗긴다. 샤워용품이 없어 물로만 씻고, 손으로 옷가지를 빤다.
기저귀 갈이대가 있었다. 경기 군포에서 두 시간 걸려 온 김모(73)씨는 아침 8시부터 12시간을 공원에서 보낸다. 식사는 직접 챙겨온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김씨는 땡볕에 갓난아기를 안고 서성이는 젊은 부부를 그늘로 불렀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은 젊은 부부가 기저귀 갈이대를 쓰려고 하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망설이더라고요”라며 “천막으로 들어와서 가려고 했어요. 주최가 따로 없으니 기저귀 갈아대 같은 시설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빗물받이가 있었다. 손 씻을 물도 설거지할 물도 없어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쓴다.
최씨가 첫 손님의 머리를 마저 다듬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쌓였다. 빨랫줄의 빨래는 여전히 젖어 있었고, 대야에는 비가 떨어졌다. “여기서 최대한 모든 걸 해결할 생각”이라는 최씨의 말처럼, 올림픽공원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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