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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에서 존재감 커진 아프리카… 아시아는↓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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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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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은 12일 종료한 8강전까지만 놓고 보면 유럽 잔치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너먼트 8강 진출국 가운데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노르웨이, 잉글랜드, 스위스 6개국이 유럽 국가다. 그나마 아르헨티나와 모로코가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의 체면을 살렸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스위스를 꺾고 4강에 오른 반면 모로코는 프랑스에게 져 고배를 마시고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1930년 출범해 오는 2030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월드컵이 여전히 진정한 ‘지구촌 잔치’가 아닌 ‘유럽 대항전+α(알파)’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새삼 절감한다.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 축구 대표팀 골키퍼 보지냐(40).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 슛을 여러 차례 막아내는 등 신들린 듯한 선방을 펼쳐 세계적 스타로 부상했다. 카보베르데는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음에도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32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 축구 대표팀 골키퍼 보지냐(40).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 슛을 여러 차례 막아내는 등 신들린 듯한 선방을 펼쳐 세계적 스타로 부상했다. 카보베르데는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음에도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32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만 해도 32개국이던 본선 출전국이 이번에 48개국으로 늘었다. 대륙별 안배 원칙에 따라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배정된 티켓도 늘었다. 그 결과 북중미 월드컵은 유럽 16개국, 아시아 9개국, 아프리카 10개국 등이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축구 강국들이 즐비한 유럽축구연맹(UEFA)의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은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모국 슬로베니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선 참가국을 48개로 늘리며 전혀 흥미롭지 않은 경기가 나오게 됐다”고 성토했다. 유럽 국가들보다 축구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예전보다 많이 본선에 진출하며 월드컵 대회의 전반적 수준이 떨어지게 생겼다는 탄식인 셈이다. 그는 조별 리그 탈락이 예상되는 약체 국가들을 ‘작은 나라’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체페린 회장의 발언은 다분히 이탈리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는 세계적 축구 강호다. 하나 타 대륙보다 훨씬 치열한 유럽 지역 예선을 뚫지 못해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그리고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3회 연속으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유럽 축구 팬들에겐 이 같은 현실이 매우 불공정한 일로 비친 모양이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아시아 9개국 가운데 한국 등 7개국이 조별 리그에서 떨어지고 일본과 호주는 32강에서 탈락하자 유럽 언론들은 본선행 티켓 배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아시아는 5개국 정도로 줄이고 대신 유럽 출전국을 늘려 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수준 높은 플레이를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모로코 대 프랑스 8강전을 앞두고 모로코 응원단이 미국 뉴욕에서 모로코 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춤을 추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른 모로코는 0-2로 프랑스에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EPA연합뉴스
지난 1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모로코 대 프랑스 8강전을 앞두고 모로코 응원단이 미국 뉴욕에서 모로코 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춤을 추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른 모로코는 0-2로 프랑스에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13일 오는 2030년 월드컵부터 출전국을 지금의 48개국보다 16개국 더 늘어난 64개국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아프리카 10개국 중 9개국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점을 언급한 뒤 “엄청난 성공”이라며 “세계 모든 국가에 참가 기회를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구 52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1975년 독립)가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32강전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시합을 벌인 점이 인판티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64개국 체제에서 아시아는 티켓 수가 그대로이거나 조금 늘고 아프리카만 큰 혜택을 보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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